통합 강조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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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취임식, 세 번째 임기 시작
민주주의 수호·빈곤 퇴치 약속
극우 전 정권 정책 뒤집기 예고
전 대통령 지지자 테러 시도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 신임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의회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에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 신임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의회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에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 브라질 대통령의 세 번째 취임식 연설 일성은 브라질 통합과 재건이었다. 극우 성향의 전 대통령을 물리치고 당선된 룰라 대통령은 경제 발전과 빈곤 퇴치, 민주주의 수호, 사회 불평등 해소를 약속하고 아마존 보호도 천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울먹이면서 “파괴의 시대에서 벗어나, 화해, 환경 보존, 사회 정의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브라질 대통령궁 밖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지지자에게 전 극우 대통령 시절에 대해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시기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룰라 대통령은 “어둠과 불확실, 엄청난 고통의 시대였지만 이 악몽은 끝났다”며 “지난해 10월 역사적인 선거에서 저를 선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2억 1500만 브라질 국민 모두를 위해 분열된 남미 국가를 재통합하겠다”고 다짐했다.


룰라 대통령 부부는 제라우두 아우키밍(70) 부통령 부부와 오픈카를 타고 의사당과 아우보라다 대통령궁으로 이동했다. 룰라 대통령의 행렬에는 지지자 30여만 명이 운집해 환호성을 질렀다. 대통령 띠 전달식에서 브라질 원주민과 어린이, 흑인 여성,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시민 대표들이 룰라 대통령에게 띠를 건넸다. 이날 취임식에 맞춰 브라질리아의 주요 도로에서는 룰라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을 맡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공장 노동자 출신으로 노련한 좌파 정치인인 룰라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0년 사이 두 번 연속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퇴임 후에는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그에 대한 판결이 무효가 됐고,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은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대통령을 눌러 다시 당선됐다. 득표율 1.8%포인트 차로 낙선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그동안 측근에게 “(룰라에게) 대통령 띠를 건네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급기야 룰라 대통령의 취임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 대부분을 브라질 통합과 재건 관련 내용에 할애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양극화가 발생한 브라질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룰라 대통령은 또 교육과 건강,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기금을 고갈시키는 전 정부 정책을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기후 운동가인 마리나 실바를 환경·기후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2030년까지 ‘아마존 산림 벌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한 그의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브라질리아 주는 보우소나루의 일부 지지자가 취임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찰 8000명을 도시에 배치했다. 브라질 헌병대는 1일 한 남성이 칼과 폭죽을 들고 취임식장으로 들어가려다 체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크리스마스 이브 때 수도의 공항 근처에서 연료 트럭에 폭발물을 설치하려던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룰라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혼란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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