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양, 첨단산업 불모지 부산에 미래 먹거리 안겼다
이차전지 클러스터 조성 청사진
기장에 5만여 평 규모 공장 건립
사상 R&D 센터, 연구 역량 결집
고급 일자리 1000개 이상 창출
부산의 2023년 계묘년 큰 선물은 ‘일자리’다. 2022년 부산 상장사 중 가장 화려한 행보를 보인 (주)금양이 부산시에 이차전지 산업 클러스터를 선물한다. ‘첨단 산업의 불모지’에 거대한 미래 먹을거리를 안겨주는 것이다.
사상구에 본사를 둔 금양은 올해 사상구에 R&D센터를 세우고, 이어 기장군 오리산단에 대형 배터리 대량양산 공장을 건설한다. 3억 셀 규모의 대규모 양산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1000명 이상의 고급 일자리를 쏟아낼 것이라는 게 금양의 설명이다. 고급 인력을 쓸어담는 수도권의 반도체 인프라를 멀리서 부러운 눈으로만 쳐다봐야 했던 부산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차전지 인프라를 품게 됐다.
■군계일학 금양, 기장에 3억 셀 배터리 공장
금양은 지난해 11월 이차전지 제조용 부지확보를 위해 부산시가 조성 중이던 기장군 오리산단 부지 매입확약서를 제출하고 확약 대금 90억 원을 건넸다. 산단 부지 17만 7374㎡, 5만 3000여 평 규모의 부지를 사들이겠다는 약속이다. 금양 장호철 이사는 “오는 4월께 인허가를 끝내면 사업시행자와의 계약금 지급 등의 절차가 남았다”며 “부산시와 기장군의 협조가 있다면 연내 공장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간 금양은 글로벌 발포제 제조업체로 알려져 왔다. 플라스틱이나 고무에 넣어 기포를 발생 시킨 뒤 스펀지 제품을 제조할 때 쓰는 화공약품을 주로 취급했다. 이미 글로벌 발포제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며 매년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내왔다.
그러나 금양이 부산을 넘어 전국구 주주의 관심을 받게 된 건 발포제가 아니다.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차전지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1차 전지와 달리 방전 후에도 다시 충전해 반복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다. 앞서 금양은 2년 전 차세대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을 가공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이차 전지에 대한 업계 전망이 나오기도 전에 일찌감치 차세대 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 온 것이다.
그 결과 금양은 국내에서 3번째로 이차전지인 ‘2170 원통형 배터리’를 자체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단 2곳만 성공한 기술이다. 금양이 만든 이 전지는 전기차와 킥보드, 전동스쿠터 등 퍼스널모비리티에 폭넓게 사용된다. 이 ‘2170 원통형 배터리’를 3억셀 규모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양산공장이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류광지 회장 "부산 고급인재 둥지 만들 것"
금양은 해외에서 2000개 이상의 거래소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지만 부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원래 사상구에 있던 케미컬 사업 부문을 강서와 김해로 옮기고 전국의 수소 관련 연구인력을 불러들이는 ‘수소기술 퀀텀센터’를 짓고 있다. 올 초 10층 규모로 준공을 앞둔 이곳은 자사 제품 개발만 하는 대기업식 폐쇄 R&D센터과 달리 개방형 R&D센터다. 금양이 비용과 장소를 부담하고 전국에 있는 배터리 관련 연구기관과 연구자를 불러들일 참이다. 사상구에서 상업화가 가능한 파일럿 제품을 만들게 되면 이를 기장군에서 최고급 배터리로 양산하겠다는 게 금양의 큰 그림이다.
2022년 금양은 그야말로 부산 상장사 중 ‘군계일학’이었다. 금양의 지난해 시총 증가율은 무려 656%. 시가총액만 1조 원 이상 폭증하며 전국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많이 오른 기업이 금양이다. 영업이익율도 전년 대비 100%를 넘어섰다.
금양이 양산 공장까지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면 부산은 그토록 목을 매던 대기업 유치를 넘어 대기업 육성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금양 류광지 회장은 “그간 부산에서는 재료공학이나 고분자공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들은 고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났지만 이 체제가 완성되면 부산에서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고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금양이 10억 원의 도네이션을 약속하고 인력 양성을 거들어온 부경대는 올해 공대 졸업생 중 상위권 대부분이 금양에 입사하며 류 회장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처럼 회장까지 나서 연구 인력을 흡수하고 협력업체까지 불러들이는 건 배터리 업계의 특성 때문이다. 상용 전기차 가격의 반이 배터리 가격일 정도로 현재 배터리 가격은 비싸지만 수율을 뽑아내는 건 쉽지 않다. 연구소와 양산공장의 위치가 단순히 제조업처럼 땅값이나 전기요금 등으로 좌우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류 회장은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급 인력과 공장 관리 능력이 최우선”이라면서 “부산의 중심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터리 연구와 생산을 진행해 20년 내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노리겠다”고 장담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