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장애인 울리는 ‘휴대폰 개통 사기’ 주의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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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변경하려다 고가 폰 덤터기
지난해 부산 피해 사례 40여 건



한 고객이 신제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고객이 신제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3일. 2급 지적장애가 있는 20대 남성 A 씨는 휴대폰 번호를 바꾸기 위해 동구의 한 KT 휴대폰 대리점을 찾았다. 판매업자 20대 남성 B 씨는 휴대폰 번호를 바꾸기 위해선 휴대폰을 새로 개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A 씨는 비싼 최신형 휴대전화에 스마트 워치까지 구매했고, 요금제도 가장 비싼 것으로 개통했다. 통신사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등을 합치면 A 씨가 한달에 내야할 돈은 15만 원 정도였다.

A 씨 가족은 대리점 측에서 6~9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A 씨를 속인 것으로 보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신고를 받은 한국소비자원이 KT 본사에 공문을 보낸 뒤에야, 본사 측의 뒤늦은 사과 전화와 함께 환불이 이뤄졌다.

A 씨 사례처럼 휴대전화 판매업자들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개통 사기’를 벌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3일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2019~2021년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휴대폰 사기판매 행위가 27건 발생했다. A 씨의 사례와 같이 사기 판매 시도가 있었으나 이후 항의를 통해 개통이 취소된 사례를 포함하면 피해자의 수는 더 많아진다. 2022년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40여 건에 달한다.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020년 발달장애인 12명의 핸드폰 계약에 대한 KT와 LG를 대상으로 계약무효 확인소송을 진행해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반면 발달장애인이 피해 구제를 받는 건 쉽지 않다. 현행법상 계약 과정에서 판매자가 형식적인 동의 관련 서류를 갖춘 경우 판매자의 속임수나 강요 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판매자가 약관을 읽어주고 그에 대답하는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녹취해 두는 경우가 많다.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 김태훈 관장은 “지적장애인과의 거래를 일반 상업 거래처럼 봐선 안 된다”며 “가장 피해가 극심한 스마트폰 계약에서만이라도 약관 등에서 보호자의 조언을 받도록 연락을 취하는 방향으로 규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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