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로켓포에 63명 전사”… 10개월 만에 가장 치명적(종합)
러 주둔지 동부 도네츠크 공습
신병 머물던 임시 숙소 쑥대밭
“사상자 700명 이상 발생” 주장
“미제 무기 덕” vs “러 군부 실수”
휴대전화 잦은 사용, 위치 노출
우크라이나군이 미제 로켓포로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군 주둔지 공격에 나서 적어도 러시아군 60명 이상이 전사했다. 이는 전쟁이 시작된 지 10개월 만에 러시아군이 입은 타격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기도 하다.
미국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새해 전야에 러시아군 주둔지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로켓포를 발사해 63명이 사망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가 사망자 수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성명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미제 ‘하이마스’에서 6발의 로켓을 발사했으며, 이 중 2발이 격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 공격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들은 러시아군의 전사자 수가 63명이 아니라 400명, 부상자가 300명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 출신 이고리 기르킨 역시 사상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피격된 건물은 600여 명의 러시아군 신병이 임시 숙소로 쓰던 건물이다. 해당 장소에 탄약도 적재돼 있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하이마스를 이용한 공격에 사상자가 대거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제 정밀 무기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주요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입증됐다. 우크라이나는 미제 무기를 사용하면서 러시아에 새로운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러시아 측 실수로 발생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도네츠크 지역에 러시아가 설치한 대리 정부 대변인, 다닐 베즈소노프는 이번 공습에 대해 “엄청난 타격”이라고 부르며 러시아 지휘관들의 실수를 암시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적이 이번 전쟁에서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패배를 안긴 것은 그들의 냉정함과 재능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실수 때문”이라고 썼다.
NYT는 버지니아 연구소(CNA)의 러시아 연구 책임자, 마이클 코프만을 인용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탄약고와 보급선을 공격하기 위해 미제 하이마스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군 병영 등 병력이 집중된 곳으로 목표를 바꿨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러시아 신병이 머물고 있는 도네츠크 건물이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표적이 된 데다 러시아 군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우크라이나군에게 공격의 결정적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로 도착한 군인들의 잦은 휴대전화 사용이 공격의 주요 원인이었고,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그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 이번 전쟁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러시아 군인들은 개방된 휴대전화 회선을 통해 종종 자신의 위치를 노출해 왔다.
러시아의 일부 군사 블로거는 왜 지휘관들이 미제 로켓포에 보호되지 않은 건물에 그렇게 많은 징집병을 수용했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한 블로거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아무도 불필요한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썼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