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통 큰 지원’에 금양 ‘통 큰 투자’로 지역 화답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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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에 이차전지 생산기지 건립
부산시청서 투자양해각서 체결
시, 대우산단 부지 저렴하게 제공
금양, 고용 창출·추가 개발 의사도

3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류광지 금양 대표가 (주)금양 이차전지 생산기지 건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3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류광지 금양 대표가 (주)금양 이차전지 생산기지 건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의 통 큰 행정이 이차전지 생산기지를 검토하던 (주)금양의 마음을 얻었다. 부산시 박형준 시장과 금양 류광지 회장은 3일 부산시청 7층 영상회의실에서 이차전지 생산기지 건립(부산일보 1월 3일자 8면 보도)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투자협약을 통해 금양은 기장대우일반산업단지 내 이차전지 생산시설 신설과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로 했다. 금양은 부산 지역 우수 인재를 우선채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한 답례로 부산시 역시 금양의 투자와 고용 창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부산시가 하마터면 역외로 유출될 뻔 했던 첨단 산업 인프라를 품을 수 있었던 건 빠른 결단 덕분이었다. 지난해 말 금양이 대구와 포항 쪽에서 이차전지 생산기지를 준공할 부지를 물색한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곧바로 산단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당초 금양에서 6만 평 상당의 땅을 요구했지만 부산 내에서 그 정도 크기의 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대신 부산시는 기장군에 있는 대우일반산단 5만 평을 먼저 제안했다. 2009년 자일대우버스가 울산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자 부산시가 산단부지로 내놓은 땅이었다.

그러나 대우버스는 13년이 지나도록 공장을 짓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폐업했다. 이후 시행사가 바뀌고 부산시의 불가 방침에도 이 부지에서는 쪼개기 매각 의혹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금양과 접촉해 대우일반산단 일대에 이차전지 생산기지 건설을 제안했고, 시행사와의 삼자대면을 통해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에 금양으로부터 투자 확약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부산시는 이 과정에서 시행사가 제시한 평당 단가를 170만 원 대에서 조성원가 수준인 100만 원대로 낮춰줬고, 산단 부지 모양까지 새로 정리하는 등 금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부산시의 ‘통 큰 행정’에 금양은 ‘통 큰 투자’로 화답했다. 금양은 해당 부지에 2026년까지 8000억 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연내 착공 예정인 3억 셀 규모의 이차전지 생산기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연 3조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부산 지역 대졸자 1000명 고용은 덤이다.

금양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향후 최대 10만 평을 추가 개발할 의사도 밝혔다. 금양 류광지 회장은 “현재 5만 평에서 10만 평을 추가 개발해 최대 15만 평 부지 위에 한국에서 가장 큰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며 “엘지와 삼성은 해외 공장을 짓지만 우리는 배터리 수율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절대 부산을 떠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전기차 생산량의 급증으로 이차전지 시장 규모가 2030년이면 1000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양의 이번 투자로 이차전지 생산을 돕는 한편 향후 이차전지 순환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금양의 대규모 투자 확약을 얻어낸 부산시 이준승 디지털경제혁신실장은 “외부에서 기업을 유치해 오는 것 못지않게 지역 내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박형준 시장의 의지”라며 “크고 작은 사업 이후 불거진 책임 소재 문제로 움츠러든 공무원 조직 분위기도 살아나고, 부산이 첨단 산업인 이차전지의 메카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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