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1당 독점’ 부울경 정치 지형에 ‘거대한 균열’
중대선거구제 도입 PK 총선 전망
부산 ‘2~3인’ 때 민주당이 절반
독점 깨져도 제3당 당선은 난망
울산 등서 ‘진보’ 선전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치권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 중대선거구 도입이 현실화한다면 수십 년간 ‘1당 독점’이 이어져 온 PK 정치 구도에 획기적 변화가 찾아온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부산일보〉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전제로 차기 PK 총선 결과를 전망해 본 결과, 부울경 의석 구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PK 다수당’인 국민의힘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약화되고,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PK 전체 의석 40석 중 국민의힘이 33석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민주당이 7석으로 체면치레하고 있다. 진보 정당은 의석이 없는 상태다.
부산의 경우 2인, 3인, 4인 이상 선거구제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 전체 선거구(18석)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으로 2인 선거구제가 도입되면 현행 18개 선거구는 9개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9개씩 나눠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부산시장, 기초단체장, 부산시의원, 구(군)의원 등 부산에서 실시된 모든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거대 정당이 항상 1~2위를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지명도 높은 무소속 후보가 1~2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군소정당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전례는 거의 없다.
3인 선거구제가 도입돼 부산이 6개 선거구로 개편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6석을 차지하고 나머지 6석은 내년 총선 때의 정치 상황에 따라 여야가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 정당을 포함한 군소정당은 이 경우에도 부산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로 2~3인 선거구제로 실시된 지난해 부산 기초의원 선거에서 전체 157명 중 국민의힘(88명)과 민주당(68명)이 대부분 의석을 나눠 갖고, 무소속은 3명을 뽑는 ‘강서가’ 선거구에서 1명만 당선됐다. 선거구 인원수 별로는 2인 선거구 39곳 모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1명씩 나눠 가졌다. 제3 정당이나 무소속은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3인 선거구 25곳에선 민주당이 3곳에서만 2명을 배출했을 뿐 나머지 22곳에선 국민의힘이 2명을 가져갔다. 전문가들은 “당시 민주당 지지도가 높았다면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2~3인 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와 같은 ‘특정 정당 독식’ 구도는 사라지는 반면 부산에서 제3당의 출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전재수(민주당) 의원은 “4인 이상 대선거구제가 실시돼야 명실상부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4인 이상 선거구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부산에서 군소정당이 당선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리얼미터, 미디어트리뷴이 지난해 12월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민주당(44.9%)과 국민의힘(42.2%)의 부울경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정의당(3.9%)과 기타정당(1.3%)은 극히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유일하게 4인 선거구제가 실시된 ‘기장다’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도 국민의힘(3명)과 민주당(1명)이 의석을 모두 가져갔다. 다만 울산과 경남 창원 등 노동계 밀집지역에선 진보 정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