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에 학교 간다”는 오래된 공식 무의미
6월 28일부터 ‘만 나이’ 적용
효율적이지만 적응기간 필요
오는 6월부터 국내 모든 행정에 ‘만 나이’가 적용돼 나이를 둘러싼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혼란스러운 나이 셈법이 정리돼 개인 간 업무나 공공기관 행정 등의 효율성은 올라갈 수 있지만, 한국식 나이 셈법이 사라지기까지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나이 계산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민법 개정안과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6월 28일부터 법령, 계약, 공문 등의 나이는 만으로 우선 해석하게 된다. 이때부터 공공기관의 서류는 물론 개인 간 계약서나 사설 기관의 안내문 등에 적힌 나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만 나이를 의미하게 된다. 만 나이로의 통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나이 셈법 일원화에는 대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는 세 가지 나이 법이 혼용돼 적잖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론 태어난 해부터 한 살로 치고 연 단위로 나이를 세는 ‘세는 나이’가 주로 쓰인다. 일명 한국식 나이 셈법이다. 반면 출생일부터 12개월이 지나면 한 살이 늘어나는 ‘만 나이’와 출생연도는 0세로 보고 세는 나이에서 한 살을 빼는 ‘연 나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8세 자녀를 둔 주부 이미연(43) 씨는 “나이 셈법이 공식적으로 하나로 통일되는 게 꼭 필요하다”며 “놀이동산이나 아동 이용 시설 같은 곳에서 나이 제한 기준이 만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러 번 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공공 분야에선 만 나이가 주로 쓰이고 있어 공공 행정업무의 혼선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상 속 만 나이 정착까지는 혼선과 저항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일상에서도 한국식 나이가 사라지겠지만, 그때까지는 만 나이와 세는 나이가 혼용돼 쓰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나이를 중요시하는 한국적 문화 변화도 예측된다. 당장 학교에서 한 학년에 두 나이가 혼재돼 수업을 듣고, 생일이 여러 달 차이지만 출생연도가 달라 형과 동생으로 나뉜 두 사람이 같은 나이가 되는 일이 벌어지다 보면, 나이 차이가 주는 무게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8세가 되면 학교에 간다는 오래된 공식이 이제는 무의미해졌다”며 “형이나 언니 같은 개념은 나이로 설명해 왔는데, 나이에서 연도 개념이 사라지면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고민도 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