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대 그리웠습니다” 5년 만에 객석에 뛰어드는 고양이들
드림씨어터 6~15일 뮤지컬 ‘캣츠’
5년 만에 오리지널 연출 부활
고양이 지나가는 ‘젤리클석’ 부활
마스크 쓰지 않아 표정 연기 기대
드디어 마스크를 벗는다. 객석에도 다시 뛰어든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고양이들이 예전처럼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한다. 뮤지컬 ‘캣츠’가 5년 만에 부활한 오리지널 연출로 부산 관객을 만난다.
1981년 초연한 ‘캣츠’는 30개국을 누벼온 세계적 뮤지컬이다. 대문호 T.S 엘리엇 시집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가 원작이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볼’ 축제에서 고양이들이 새로운 삶을 부여받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메모리(Memory)’는 뮤지컬을 넘어 세상에 각인된 넘버(노래)가 됐다.
고향 같고 바다가 있는 부산이 그리웠다는 고양이들이 편지를 보내왔다. 이달 6~15일 남구 드림씨어터 공연을 앞두고 소감과 관람 팁을 전했다. 서면으로 질문에 답한 그들은 설렘을 숨기지 못했다.
■ “‘메모리’만 기다리지 마시길”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산 관객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바깥세상으로 떠났다가 늙고 초라해진 이 고양이를 조아나 암필(Joanna Ampil)이 5번째 연기한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한 그는 ‘레 미제라블’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에서 주연을 맡은 세계적 디바다.
암필은 “뮤지컬 ‘캣츠’에는 작품과 개인을 잇는 ‘특별한 언어’나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며 “배우와 스태프가 공연에 중독되게 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메인 넘버인 ‘메모리’만 너무 기다리지 말고 캐릭터에 집중하는 걸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지닌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부르는 건 엄청난 일”이라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해하는 게 완벽하게 관람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노래가 고양이들 감정을 표면으로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개인적으로 기차 고양이 ‘스킴블샹스’와 ‘극장 고양이 거스’ 넘버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부산 관객이 고양이와 자유롭게 교감하길 바라기도 했다. 암필은 “2020년 부산에서 공연했는데 정말 볼 게 많아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며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하는데 차은우의 엄청난 팬이고 BTS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가 옆으로 지나가는 ‘젤리클석’ 관객들은 마음이 가는 대로 즐겨주시면 좋겠다”며 “매번 관객들 반응이 다르고 예측할 수 없어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 좋은 길을 안내하는 고양이
고양이들이 존경하는 지혜로운 선지자 ‘올드 듀터러노미’도 인사를 건네왔다. 젤리클 고양이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이 고양이 역할은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이 한국에서 3번 연속 맡게 됐다. 중후한 목소리를 지닌 그는 ‘오페라의 유령’에 2700회 이상 출연한 기록이 있다.
리틀은 ‘캣츠’가 비교적 늦게 뛰어든 작품이라고 했다. 관객이 좋아하는 이유를 이제 몸으로 느끼게 됐다. 그는 “처음 뉴욕으로 이사 갔을 때 브로드웨이에서 ‘캣츠’ 공연을 하던 게 기억난다”며 “국경을 뛰어넘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이라 오래 사랑받는 듯하다”고 밝혔다.
고양이 축제인 ‘젤리클 볼’ 장면을 눈여겨보는 걸 추천하기도 했다. 리틀은 “연기를 하는 우리도 즐거운 장면”이라며 “고양이들이 노래하지 않는 순간에도 연기를 하고 있으니 잘 지켜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드 듀터러노미’는 고양이에게 지시는 하지 않되 길을 안내하는 역할”이라며 “그러한 부분을 신경 쓰며 연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산에서 마스크 없이 공연할 수 있단 사실에 반가움도 드러냈다. 리틀은 “서울이 미국 뉴욕이라면 부산은 내가 자란 캘리포니아 LA처럼 느껴진다”며 “부산을 셀 수 없이 방문했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해산물 먹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지난 시즌에는 ‘메이크업 마스크’를 써야 해 불편했다”며 “오리지널 연출로 돌아온 만큼 배우들이 얼굴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 고양이들 움직임 이끄는 ‘캡틴’
‘캣츠’는 고난도 안무와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한 작품이다. 안무를 이끄는 ‘댄스 캡틴’과 여러 고양이를 연기하는 ‘스윙’은 핵심이다. 두 역할을 맡은 조지 행커스(George Hankers)도 부산 공연에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도둑 ‘몽고제리’, 기차 ‘스킴블샹스’, 쌍둥이 ‘코리코팻’, 천방지축 ‘카버케티’, 곡예를 잘하는 ‘빌 베일리’, 허풍쟁이 ‘조지’까지 6개 고양이로 변신한다.
행커스는 ‘댄스 캡틴’을 하며 특별히 신경을 쓴 장면은 없다고 했다. 모든 장면이 중요하단 뜻이다. 그는 “모든 안무 요소를 감독하고 리허설과 공연을 하며 도움이 될 조언을 하고 있다”며 “감각이 예민한 고양이처럼 반응하고 움직이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고양이를 연기하는 ‘스윙’은 힘들기보단 재밌다고 말했다. 행커스는 “어렵지만 즐겁다”며 “캐릭터 성격을 알아가면 흥미롭다”고 밝혔다. 이어 “고양이 역할마다 배우들이 다르게 표현해 공연이 새롭고 독특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대 곳곳에 있는 다양한 고양이를 주목해달라고 부탁했다. 부산을 3번째 찾는 행커스는 바다에서 일출을 보고 브런치 카페를 방문한 기억도 회상했다. 행커스는 “부산 관객은 항상 엄청나게 환영해주셔서 너무 즐겁다”며 “이번에는 객석에 들어서는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해 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대 여기저기 자기 스타일로 몸을 움직이는 젤리클 고양이들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