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리 계산 복잡… 중대선거구제 당론 도출 ‘산 넘어 산’
지역구도 타파 명분 뚜렷하지만
공천 경쟁에 계파 갈등 커질 수도
거대 여야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
현역 이해 얽혀 결론 쉽게 안 날 듯
여야 정치권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내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관련 특위 위원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은 뒤 의원총회에서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도 개편에 따른 ‘손익 계산’도 시작되면서 여야 모두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편 관련 당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주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1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회의를 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각 선거제 장단점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는데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선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의견을 모으는 것이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간사인 이양수 의원도 “중대선거구제는 당내 입장이 부딪히는 게 많아서 협상에서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한 부산 의원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지근한 반응’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본격적인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특히 수도권 의석 감소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 지역구인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 폭탄을 던진 것은 시뮬레이션을 했고 결과가 국민의힘에게 유리하게 나온 것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정작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은 현실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의 경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는 당내 비주류 중심으로 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고, 소위 여야 ‘텃밭’을 중심으로 한 손익 계산 역시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구도 타파나 지역 대표성 강화 등 여러 장점으로 정계개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은 ‘손익 계산’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을 밝혔다. 전 의원은 “21대 총선 결과를 가지고 유불리를 판단해선 안 된다”면서 “제도를 설계할 때 기득권이 기준이 되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당내에서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잘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부산 정치지형도 크게 바뀔 수 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의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중대선거구 특성상 ‘중진’에게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어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7년 보고서에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정당의 복수공천으로 동일 정당의 후보자간 경쟁이 과열돼 파벌정치, 계파정치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후보자 경쟁에서는 일반적으로 중진 후보의 정치력과 인지도가 높아 신인의 진입이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