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미 하원의장 선출 실패… 공화당 ‘자중지란’ 원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메카시, 3번 투표서 과반 못 해
강경파 20명이 ‘반란표’ 던져
민주당은 전원 자당 후보 몰표
재투표 해도 의장 선출 불확실

미국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당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2차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당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공화당의 자중지란 때문에 100년 만에 1차 투표에서 미 의회 하원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애초 유력한 하원의장 후보였던 공화당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57) 의원은 공화당 내 반란표 탓에 3차례 투표에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 해 그의 정치적인 입지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의회 운영에도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는 3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이 3차례 투표에도 미 의회 하원의장 당선에 실패하는 바람에 누가 새 다수당을 이끌지 알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직행하는 데 발목을 잡은 것은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들이다. 이들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지는 바람에 공화당 집권 첫날 하원을 마비시켰고, 모든 입법 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관행대로라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과반 의석(435석 중 222석)을 차지한 공화당에서 하원의장이 나와야 한다. 매카시 의원은 2014년 8월부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맡았으며, 지난해 11월 선거 1주 뒤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총회에서도 원내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다수당의 원내대표인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게 요식행위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118대 의회 개원일인 이날 낮 본회의에서 사망으로 발생한 결원(1명)을 제외하고 434명 의원 전원이 3차례에 걸쳐 투표에 참여했지만 과반(218표)의 표를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공화당의 일부 의원은 심지어 1차 투표에서 앤디 빅스(애리조나) 의원을, 2~3차 투표에서는 짐 조던(오하이오) 의원을 의장 후보로 추천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212명 전원이 자당 소속인 하킴 제프리스(뉴욕)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표를 던졌다. 반면 1~2차 투표에서 공화당 의원들 중 19명이, 3차 투표에서는 20명이 매카시 의원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이들 강경파 의원 20명의 반란 이유는 그가 ‘의장 불신임 투표 요건 간소화’ 등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 한 명이 제안해도 의장 불신임 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원했으나 매카시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원은 4일 정오에 다시 모여 투표한다는 방침이지만, 의장이 선출될지는 불확실하다. 1923년 하원에서 9차례 투표 끝에 의장이 선출된 적이 있으며, 남북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2개월 동안 무려 133번의 투표가 진행됐다. 이 같은 전례를 고려한다면 의장이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 의회 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