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야 이후 역사는 방치하는 ‘박물관 도시’ 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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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이후 유물 타지 박물관 전전
시립박물관 건립 등 대안 마련해야

김해 분산성 모습. 부산일보DB 김해 분산성 모습. 부산일보DB

경남 김해시가 요즘 구설에 오르내린다. ‘박물관 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김해에서 출토되거나 발굴된 유물의 관리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시기 유물이다. 김해가 자랑하는 고대 가야의 유물은 ‘가야사 특화 박물관’인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가야시대 이후 유물을 관리할 박물관이 없어 타지 박물관을 이용하거나 방치해 둔 상태라고 한다. “김해에는 가야사만 있고 이후 역사는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공백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시립박물관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유야무야 됐다고 한다.


금관가야로부터 시작된 김해의 역사는 무려 2000년이 넘는다. 6세기 신라에 병합된 금관가야만이 김해의 모든 역사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고려 초기 김해는 금주(金州)로 불렸다. 당시 지방 행정구역 위계인 ‘주(州)·부(府)·군(郡)·현(縣)’ 중 제일 윗자리를 차지했다. 또 고려가 전국에 설치한 4개 도호부 중 하나가 김해에 있었다. 김해는 행정중심지와 군사요충지를 겸했던 것이다. 거기다 육로와 해로를 다 가진 물류집산지로도 이름이 높았다. 김해의 이런 위상은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 김해가 단지 고대 가야의 신비를 간직한 도시로만 기억되는 건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가야시대 이후 김해에서 나온 유물들이 전시관이나 수장고가 없어 타지를 전전하는 형편이다. 한 예가 김해의 고려시대 불교 유물인 금동경패다. 해당 유물은 지금 국립진주박물관에 있다. 과거엔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에게 공개됐으나 지금은 수장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해시가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유물들도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어 생뚱맞게도 가야사 특화 박물관인 대성동고분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궁여지책인 셈인데, 이 유물들은 지금까지 분류 작업조차 거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것과 다름없다고 하니 탄식만 나올 따름이다.

김해에는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 외에도 김해분청도자박물관, 김해한글박물관 등 특정 분야의 고만고만한 박물관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숫자만 많다고 해서 진정한 박물관 도시가 되는 건 아닐 테다. 김해시는 2019년 추진했던 시립박물관 건립 사업이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이후 지금껏 시립박물관 건립에 미온적이라고 한다. 김해시의 종합적인 역사 인식과 그에 따른 체계적인 박물관 행정이 아쉽다고 하겠다. 가야사 복원도 중요하겠지만 김해의 유구한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일 역시 그에 못지않게 의미 있는 과제일 것이다. 시립박물관 건립은 그를 위한 훌륭한 방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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