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당시 구급대원 ‘101분 이상 활동’ 배 늘어
응급환자 이송자료 분석해보니
병원 선정에 대부분 시간 소비
‘응급의료포털’ 거의 무용지물
119·병원 소통 플랫폼 지적도
지난해 4월. 부산소방재난본부 119상황실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60대 A 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췌장암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지역에서 수용 가능한 병원을 수배했으나 환자를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대전의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대원의 출동부터 귀소까지 10시간이나 걸렸다.
그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3월에는 오한과 어지러움을 느낀 80대 여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이 도착해 확인한 결과 39.8도의 고열 환자였다. 격리실 진료를 위해 3시간가량 병원을 수배했으나, 부산·울산·창원 지역의 격리실에서는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환자에게 갖고 있던 해열제를 복용하고 필요하면 다시 신고하라고 안내한 뒤 돌려보내야 했다.
두 사례는 부산소방재난본부가 동아대병원에 의뢰한 ‘부산형 IT기반 병원 선정 프로세스 개발 및 이송체계 개선 연구’의 일부다. 소방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응급환자 이송 실태를 분석하고 그 대책을 찾기 위해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진은 2017년~2021년 5년간 총 5만여 건에 달하는 119 구급활동 일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 활동시간이 101분을 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활동시간은 구급대원 출동부터 귀소해 다음 출동이 가능하도록 준비된 시간을 일컫는다. 실제로 골든타임이 중요한 심근경색·뇌졸중 의심군의 경우, 구급대원의 활동시간이 101분 이상인 비율이 5%에서 10%로 배 이상 늘어났다. 호흡기증상 의심군의 경우 활동시간이 101분을 넘는 경우가 7%에서 28%로 늘어났다. 심정지군의 경우 40% 이상을 차지했다.
구급 활동 시간이 길어진 것은 병원 선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각 병원 응급실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응급의료포털(E-GEN)’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게 구급대원들의 설명이다.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중소형 병원의 경우, 응급실 병상 현황, 2차 진료 여건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경우는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완벽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119와 병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지난달에는 ‘지속가능한 부산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부산시 책임의료기관 공동 심포지엄이 열렸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 자리에 축사를 보내 “정부도 재난 응급 의료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응급의료 종사자가 오롯이 응급의료 제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에 신속히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단계적으로 개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