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제적 미래 전략 토대 굴 산업 새 판 짜야할 때”
굴수하식수협 지홍태 조합장
위판고 1000억 돌파 3년 연속 달성
코로나에 온라인 쇼핑몰 판로 확대
젊은 피 수혈 ‘세대교체’ 더 힘쓸 것
2020년 1055억 원, 2021년 1026억 원, 2022년 1062억 원. 한 번도 어려운 위판고 1000억 원 돌파를 무려 3년 연속 달성했다. 그것도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던 시기에, 단 하나의 상품으로 조합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최대 생굴 생산자 단체인 굴수하식수협 지홍태(75) 조합장 이야기다.
얼핏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산과 유통, 소비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수협중앙회 소속 전체 회원 조합 91곳 중, 단일 품목으로 한 해 1000억 원이 넘는 위판 매출을 올리는 곳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굴수협도 지 조합장 이전까진 900억 원이 한계였다. 게다가 굴양식은 생산 주기가 길어 연중 위판 일수가 길어야 8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악재로 국내외 소비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한민국 굴 양식 1세대로, 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지 조합장은 “50년 넘는 세월 중 지난 3년이 가장 엄혹한 시기였던 듯하다. 지나고 보니 어떻게 버텼나 싶은 정도다. 한해도 쉽게 넘어갔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2019년 취임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로를 넓혔지만, 이듬해 이례적인 떼죽음 피해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터졌다. 모두가 움츠러든 그때, 지 조합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관건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과감한 투자’였다. 코로나로 바뀐 비대면 소비패턴 변화에 맞춰 온라인 쇼핑물과 연계한 판로 확대에 집중했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을 평년의 2배로 늘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투자했다. 매년 3월께 현장에서 열던 ‘한려수도 굴축제’도 온라인으로 옮겨와 판촉 기회로 활용했다. 주변 도움도 컸다. 해양수산부, 경남도, 통영시 등 지자체와 수협중앙회까지 소비 촉진을 위해 발 벗고 나서줬다.
전략은 주효했다. 얼어붙었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통시장이나 대형할인점, 학교 급식 납품 같은 도매 시장은 여전히 ‘냉골’이었지만, 제철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소매 시장이 활성화한 덕분이었다. ‘과연 팔릴까?’ 걱정했던 굴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굴 업계가 살아나면서 지역 경제도 덩달아 신바람을 냈다. 주산지인 통영과 거제, 고성 해안가에 밀집한 굴 박신장(알굴을 생산하는 작업장)은 250여 곳, 가공시설에 유통업체까지 포함하면 직간접 종사자만 줄잡아 1만여 명이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인건비로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최소 500억 원 이상이 지역에 풀린 셈이다. 이는 곧 소비의 재원이 된다는 점에서 낙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새해, 지 조합장은 굴 산업 새 판 짜기에 나설 참이다. 핵심은 ‘세대교체’다. 그는 “다른 수산업에 비해 굴 양식은 비교적 젊은 피 수혈이 잘되는 편이다. 이미 2세대를 넘어 3세대가 가업을 잇는 어장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에 만족하면 더 먼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 조합장은 “그간 전 구성원이 똘똘 뭉쳐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이제는 생산, 유통, 가공, 소비, 수출 등 산업 전반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육성방안을 수립해야 할 때”라며 “항상 어민과 함께하는 든든한 방파제로 선제적 대응과 미래 경영 전략을 통해 난관을 예측하고 헤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