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원 40%, 조례 1건도 발의 안 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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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 시의회 첫해 의정 활동 분석
47명 중 30명 시정 질문 ‘0’회
5분 발언도 저조, 시정 견제 의문
초·다선 모두 ‘의정 소극적’ 비판

부산시의회가 지난해 12월 13일 제310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끝으로 올해 의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가 지난해 12월 13일 제310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끝으로 올해 의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산시의회 제공

지난해 7월 개원한 제9대 부산시의회가 출범 첫해에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전체 의원의 약 40%가 단 1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고, 절반 이상은 시정 질문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9대 시의회 시의원 대다수가 초선이어서 초반 의정 활동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교적 의정 경험이 풍부한 다선 의원들 역시 의정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의원으로서 제 역할 못해

<부산일보>가 조례 발의, 시정 질문, 5분 발언 등 9대 시의회의 주요 의정 활동을 분석한 결과, 시의회 전체 의원 47명 중 20명이 단 한 건의 조례도 대표발의하지 않았다. 분석이 이뤄진 의정 활동 기간은 9대 시의회 첫 의정 일정인 지난해 7월 5일 제306회 임시회부터 12월 13일 막을 내린 제310회 정례회까지다.

이 기간 동안 발의된 조례는 모두 45건이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사무에 관련해 제정한 자치법규로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시의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또 시정을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인 시정 질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 수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30명에 달했다. 9대 시의회 출범 후 이뤄진 전체 시정 질문은 19건에 불과했다. 5분 발언은 시의원 47명 전원이 한 차례 이상 참여했다. 의원 1인당 1.7회 참여한 수준이다. 하지만 14명은 단 1차례만 참여해 평균에 못 미치는 활동을 보였다. 9대 시의회 출범 후 이뤄진 전체 5분 발언은 모두 82회였다.

9대 시의회가 조례 발의, 시정 질문, 5분 발언 등 핵심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정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의원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험 부족 초선·관심 없는 다선

9대 시의회 임기 첫해 저조한 성적이 초선 의원들의 의정 활동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조례 발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20명 가운데 14명이 초선의원이었고, ‘시정 질문 0건’ 의원 30명 중에서도 25명이 초선이었다. 5분 발언을 1차례만 참여한 의원 대다수도 초선이었다. 9대 시의회는 초선 의원이 35명으로 전체의 75%나 차지하고 있어 개원 전부터 제대로 의정 활동을 하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공천 과정에서도 ‘무분별한 물갈이’ ‘제 사람 심기’ 등의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결국 시의회 존재감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의정 활동 경험을 갖춘 재선 이상 다선 의원 역시 충분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9대 시의회에 재선 이상 다선 의원은 12명인데 6명이 조례 발의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시정 질문을 한 건도 하지 않은 다선 의원도 5명이었다. 5분 발언의 경우 7명이 1~2차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은 “초선 의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의정 활동을 자제했다”고 해명하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다선 의원들이 모범적인 의정 활동을 펼쳐 초선 의원들을 이끌어야 했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와중에 돋보인 의원들

하지만 9대 시의회 들어 행정사무감사, 예산 심의 등에서 부산시 견제에 한층 충실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다만 단순히 시의회 위상만 높이려 하기보다 시민 삶의 질 개선, 도시 발전 등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견제여야 한다.

의원 개인별로 돋보이는 역할을 보여준 사례도 적지 않다. 조례 발의 건수를 들여다보면 김광명(부산 남4)·강철호(동1)·임말숙(해운대2)·김형철(연제2) 의원이 3건씩 조례를 발의해 최다 기록을 세웠다. 주목할 만한 조례도 나왔다. 조상진(남1)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 조례’는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에 ‘무허가 건축물’을 추가해 원도심 정비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종환(강서1) 의원이 대표 발의한 ‘스토킹 예방 및 피해자 등 보호 지원 조례’도 부산시가 해마다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명시해 시의 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다 시정질문 시의원은 최도석(서2)·송상조(서1) 의원으로 각각 2차례 참여했다. 5분 발언 최우수 시의원은 서지연(비례)·이승우(기장2)·임말숙·최도석 의원으로 각각 4번을 실시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조례 발의 등을 볼 때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에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며 특히 ‘보여주기식’ 견제가 많았다”며 “초선 등을 비롯해 의장단 차원의 자정과 강도 높은 교육이 필요하며 시민 사회와의 소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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