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가면과 하회탈 [남형욱의 오오티티]
디지털미디어부 기자
*이 글은 극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종이의집 공동경제구역-파트 2’가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공개됐다. ‘국뽕’ 짜깁기였던 파트 1. 부끄러움은 시청자 몫이었다. 파트 2에 대한 기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넷플릭스 콘텐츠 중 ‘전 세계 누적 시청 수 2위’인 스페인산 원작의 첫 리메이크.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다행히 파트 2는 담백해졌다. 다짜고짜 BTS 노래에 춤을 추는 국뽕과 여배우 신체를 클로즈업하는, 80년대 ‘호스티스 영화’ 같은 촌스러움은 사라졌다. 한국판 종이의집의 모든 에피소드가 한 번에 공개됐다면 평가는 달라졌을 테다. 몰아보기라는 OTT 채널의 초심을 잊고 시청자를 늘리려 꼼수를 쓴 넷플릭스의 패착이다. 달리 가면 대신 하회탈을 쓴 강도단의 활약은 파트 1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한국판에서 원자 단위로 까인 ‘통일을 앞둔 한반도’라는 설정은 파트 2로 오면서 당위성을 얻는다. 강도단이 조폐국을 점령, 인질과 함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돈을 찍어내 훔쳐간다는 설정은 원작과 같다. 다만 디테일이 추가됐다. 찍어낸 4조 원은 명목상 통일 자금이지만 실제로는 정경유착에 의한 비자금이었던 것. 이 돈을 훔치는 강도단은 자연스럽게 ‘의적’으로 인정받고, 부패 국회의원 ‘김상만’을 메인 빌런으로 내세워 긴장감도 높였다. ‘교수’와 ‘베를린’의 서사에도 입체감이 생겼다. 원작보다 분량이 줄어든 만큼 곁가지는 줄이고 두 인물의 비중을 높였다. 원작처럼 형제라는 설정은 유지한 채, 탈북 과정에서 생이별한 형제로 리메이크됐다. 진부하지만 익숙하다. 인물의 성격이 충돌하고 갈등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는 후반부, 시청자의 집중도가 떨어질 무렵 익숙함은 친숙함으로 바뀌어 몰입감을 다시 높인다.
하지만 단점도 여전하다. 해킹한답시며 보이는 의미 없는 알파벳 소스 코드, 속어와 초성 채팅이 난무하는 인터넷 방송등 한국 영화의 클리셰들은 여전히 가득하다.
특히 리메이크판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원작을 ‘복붙’해 현지화에만 집중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케이퍼 무비’의 가장 큰 핵심은 반전으로 인한 카타르시스. 한국판 제작자와 배우들이 “원작과 다르다”고 말한 순간 사람들은 새로운 반전을 기대한다. ‘강도 실패’는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원작에서 죽은 인물을 살리거나 반대로 살아남은 인물을 죽이는 것. 한국판은 베를린을 살렸다. 예상 가능한 반전이다. 더 큰 문제는 캐릭터가 가진 비장미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베를린은 죽음으로, 희생으로 완벽해지는 캐릭터다. 원작 베를린은 시즌 2에서 죽는다. 하지만 회상으로 시즌 5까지 등장한다. 살았으면 얻지 못했을 인기. ‘무지성’으로 캐릭터를 살린, 파트 2의 가장 큰 패착이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