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혹독한 이자 고통… ‘공포의 상반기’를 버텨라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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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쇼크’ 언제까지…

곱절 이상 뛴 대출 이자 ‘산 넘어 산’
코로나 이후 소비 양극화에 ‘겹고통’
전문가들 “6월 이내 정점 도달할 듯”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산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긴급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산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긴급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다 준 상처가 서서히 아물고 있다. 날뛰는 유동성에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원자재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긴 했지만, 이제 일상 회복은 눈앞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후유증을 막아야 한다’며 처방한 금리 인상의 약 기운이 여간 독하지 않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예전 수준으로 체력을 회복하기도 전에 다시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경제 전문가 상당수는 올해 상반기에 금리 인상 쇼크의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거꾸로 가는 소비, 저소득자만 노렸다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 소상공인. 그중에서도 저소득자를 상대로 영업을 이어 나가는 자영업자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 당시 다급하게 받은 추가 대출 이자가 폭증한데다 손님들까지 지갑을 닫아 버려 이중고에 직면했다.

동래구에서 9년째 식당과 숙박업소를 하는 A 씨는 금리가 곱절 이상 뛰었다고 했다. 숙박업소에 목돈이 들어가 대출을 받기 시작했는데 월 1300만 원 정도 나가던 이자가 지금은 월 2800만 원이 됐다. A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식당 벌이는 다소 나아졌지만, 번 돈을 고스란히 숙박업소에 밀어 넣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지부 관계자는 금리인상 쇼크로 자영업자는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자영업자마다 2021년, 2022년 대출을 상당히 많이 냈다. 사채까지 끌어다 쓴 곳도 있다”며 “원래 대출에 코로나 당시 추가 대출, 거기에 월세 인상까지 겹쳐 산 넘어 산”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양극화된 소비 성향은 이들의 고통을 더 부채질한다. 금리인상 쇼크 속에서 그나마 나아진 소비는 백화점과 호텔을 중심으로 한 고가 소비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동부산 관광단지의 최고급 리조트인 아난티코브는 지난해 3분기에 849억 원의 매출을 올려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룹사의 3분기 누적 매출 중 35%를 동부산에서 벌어들였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도 2021년 말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이어 다시 연 매출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이들 백화점은 늘어나는 VIP 고객 매출액에 맞춰 우수 고객 기준을 상향할 방침이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 1998년 IMF사태나 2003년 카드사태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염가의 도·소매 사업장의 비중이 늘고 고가 소비처는 비중이 줄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 반대다. 이번 금리 인상 쇼크가 고소득층을 피해 딱 집어내는 핀포인트 수준으로 저소득층 가정 위주로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3년 ‘공포의 상반기’ 버텨라

미국이 유례없는 금리 인상 랠리를 이어 가며 올해도 전 세계는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다만 월가를 비롯해 많은 경제 전문가는 금리 인상의 고점을 올 상반기로 잡는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책 금리의 목표점을 상반기에 달성하면 하반기에 고금리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인상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이나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의 감산 정책 철회 등의 변수는 여전하다.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에서도 오는 13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최대 1.25%포인트(P)다. 한국은행의 상반기 추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월 사이 기준금리는 3.75% 수준까지 도달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은 맞다”면서 “금리의 추이는 대폭 인상했을 때 금융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큰 만큼 물가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단계까지 왔다는 의미다.

지난해 가을부터 급격하게 악화된 국내 경기를 의식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는 2일 “현재로서는 미국이 올 상반기 금리를 5.2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 금리를 일대일 비율로 따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 교수는 “미국이 50bp(베이시스포인트, 0.5%P)를 올리면 우리는 25bp 정도 인상하고, 미국이 두 번 인상하면 우리는 한 번 인상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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