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취임 일주일 만에 ‘브라질판 트럼프 폭동’… 대통령궁 쑥대밭
대선 불복 극우파 수천 명 시위
의회·대법원 등 침입, 기물파손
경찰, 최루탄 쏘며 200명 체포
룰라 “전 대통령이 부추긴 광란”
보우소나루 “나와 관계 없는 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취임(부산일보 지난 3일 자 12면 보도)한 지 일주일 만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폭동을 일으켰다.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의회에 난입해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광경이 브라질에서도 신임 대통령 선출 뒤 똑같이 재연된 셈이다.
미국의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지지자들이 좌파 경쟁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을 습격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수천 명의 시위대가 ‘삼권광장’에 있는 보안 바리케이드를 우회해 세 건물의 지붕에 올라가 창문을 깨고 침입했다. 이들 중 일부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고 룰라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도록 군사 개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파시스트 광신자’로 불리는 이들의 봉기를 부추겼다고 지적하고, 연방정부가 연방지역의 치안을 장악하도록 한 새 법령을 읽었다. 룰라 대통령은 “그들이 한 일은 전례가 없으며 이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TV채널 글로브 뉴스는 시위자들이 녹색과 노란색의 국기를 몸에 두르고 있었으며, 이번 사태로 브라질 국기가 이 나라의 극단적인 보수주의를 상징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법관들과 반복적으로 실랑이를 벌였는데, 시위대들은 그들이 모였던 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시위대들은 의회 건물 내부에 소방 호스를 뿌렸고 대통령 궁의 사무실을 약탈했다. 모든 건물의 창문이 깨졌다.
경찰은 건물을 복구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이날 오후에는 손을 등 뒤로 하고 대통령궁에서 경사로를 따라 연행되는 시위자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영됐다. 플라비오 디노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저녁 무렵 건물을 다시 통제했다”며 “약 200명이 체포됐으며 경찰관들이 최루탄을 더 발사해 시위대를 진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경찰이 어떻게 사전 경고를 무시했고 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는지, 시위대와 공모 관계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경찰의 무능과 불신이 있다”며 “수주 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수도에서 폭동을 일으켰을 때도 그들은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경찰관들이 처벌받고 경찰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자신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 “브라질의 현직 행정수반이 나를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한다”면서 “법에 따른 형식을 준수하면서 열리는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것처럼, 그리고 좌파가 2013년과 2017년에 했던 것처럼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약탈을 벌이는 것은 규칙을 벗어난 일”이라고 썼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