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세상 쓸데없는 ‘횟수 고민’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자위행위에 대한 죄의식, 걱정 혹은 궁금함은 사춘기 이후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해봤을 것이다. 지금도 필자가 외래에서 환자를 진찰할 때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간혹 자위행위에 대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자위행위에 대한 궁금증은 대개 다음과 같은 유형이다. 너무 잦은 자위행위 때문에 본인이 혹시 자위 중독증이 아닌가, 자위행위를 어린 나이에 너무 자주 해 정력이 일찍 고갈되어 불임이 되거나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야한 동영상에 탐닉되어 점점 자위 행위 시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심지어 결혼을 하고 와이프가 있는데도 실제 와이프와의 부부관계보다 오히려 혼자 즐기는 자위행위가 더 편하고 좋다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자위행위는 은밀하면서도 서로 내놓고 이야기하기는 정말 어려운, 심지어 자신의 주치의에게조차 말하기 어려운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먼저, 자위행위의 횟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횟수는 원칙적으로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위행위의 횟수에 대해 고민하고 죄의식을 가지는 것이 심리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자신의 습관, 체력, 흥미 등에 따라 자위행위의 횟수에 대한 개인적 차는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자위행위의 횟수에 대한 쓸데없는 고민은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당장 그만두는 것이 좋다.
더군다나 자위행위로 인해 다리가 가늘어진다든지(청소년들 사이에는 생각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가 유독 많으며 거의 진리로 굳어져 내려온다), 정력이 고갈되어 불임이나 발기부전이 온다든지 하는 것 역시 전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물론 정액검사를 받는 경우에는 2~5일 정도 사정을 하지 않은 상태로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남자의 정자 생성은 태어날 때 이미 한정된 수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여성과는 달리 나이가 들어도 유지될 수 있다. 오히려 부부관계 횟수나 성행위 빈도가 너무 낮은 분들이 중년 이후 발기부전에 빠지기 쉽다. 주기적인 성관계나 자위행위는 음경조직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해 음경해면체조직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와이프의 문제로 성관계를 자주 하지 못할 형편에 처한 남성 발기 부전 환자에게는 주기적인 자위행위를 권하기도 한다. 다만 자위행위 시 아랍 일부 민족의 경우처럼 발기된 성기를 과도하게 구부린다든지, 혹은 성기에 무리한 자극을 주는 행위는 성기 손상이나 성기가 바나나처럼 휘는 페이로니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야한 동영상에 너무 탐닉하는 경우에는 실제 성관계 시에 만족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자극의 강도가 점점 높아져 심리적인 발기부전이 올 가능성이 있다.
자위행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죄의식이나 고민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신체의 욕구 해소 수단이다. 이제는 자위행위를 고민의 대상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