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북한 NPT 탈퇴 20년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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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지 20년째 되는 날이다. 1968년 의결된 NPT는 미국,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5개국이 핵무기를 가진 권리를 인정하고 다른 국가의 핵 보유를 금지한 국제조약. NPT는 그동안 비핵 국가의 핵개발을 막고 핵보유국에는 핵 군축을 요구하며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한국은 1975년 가입했다.

190개 나라가 회원국인 NPT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경·종교 문제로 전쟁이 잦았던 인도와 파키스탄, 이슬람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 등 3개국은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핵개발 야욕을 앞세워 미국과 끊임없는 마찰 속에 밀당을 펼치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핵 보유는 한국전쟁 때부터 미국의 핵 폭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김일성·정일 부자의 소원이어서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임시 핵 사찰 후 추가로 특별 사찰을 요구한 데 반발해 1993년 탈퇴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한다. 미국과의 교섭에서 대북 제재 완화, 경수로 제공을 약속받았던 것. 하지만 2002년 말 북핵 개발 의혹이 또다시 불거져 국제사회 이슈로 부상하자 북한은 2003년 1월 결국 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한반도에 핵위기가 고조돼 중국까지 나서 북·미 대화를 중재했으나 탈퇴를 막진 못했다.

이후 북한이 20년간 핵개발을 노골화하면서 강행한 6차례의 핵 실험은 남북은 물론 북·미, 북·일 갈등의 꺼지지 않는 불씨로 자리 잡았다. 북한이 지금까지 보유한 핵탄두가 15~60기라는 게 해외 전문기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김정은은 작년 말 밝힌 ‘2023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통해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과 인민군 창건일이 낀 2월 중 7차 핵 실험 감행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도 높고 장기화한 경제 제재에 맞서 핵개발 성과를 과시하고 정치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커진 까닭이다.

이같이 북핵 위협이 가중된 가운데 최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해가 겹치자 윤석열 대통령은 철저한 대비태세와 확실한 응징을 공언했다. 남북이 새해 벽두부터 대립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올해 한국전쟁 종전 70주년 의미를 기념할 수 있는 평화·번영과는 멀어지는 형국이다. 이럴수록 남북 양측과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절실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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