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시중은행, 희망퇴직 신청자 급증
두 달 사이 3000여 명 넘을 듯
디지털 전환 따른 점포 축소 영향
수억 퇴직금·재취업 지원금 등
신청 여건 나아진 것도 주원인
2~3년 사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만 3000여 명이 넘는 은행원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수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부터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 희망퇴직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의 대표 지역금고인 BNK부산은행에서는 이달 1일 자로 68명이 희망퇴직 발령을 냈다. 총 규모로는 2021년(101명), 2022년(149명) 보다 적은 숫자다. 그러나 정년을 10년 이상 앞둔 차장급과 30대 대리급 등 젊은 직원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은행권 희망퇴직은 주요 시중은행으로로 확산 중이다. 5대 은행 중 한 곳인 KB국민은행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730여 명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오는 18일 자로 은행을 떠난다.
희망퇴직 신청 규모는 지난해 1월 최종 퇴직자인 674명보다 50명 넘게 늘어났다. 대상은 1967년생부터 1972년생이다. 퇴직 시 특별퇴직금(23∼35개월 치의 평균 급여)뿐 아니라 학기당 350만 원의 학자금과 최대 3400만 원의 재취업 지원금,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 퇴직 1년 이후 재고용 기회 등을 받게 된다.
신한은행도 이달 2일 올해 첫 영업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해 10일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부지점장 이상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직급과 연령이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까지 낮아졌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출생 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월 급여가 지급된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에서도 대상 연령을 만 40세로 낮추자 2021년 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짐을 쌌다. 지난해 12월 19∼27일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에서도 직원들이 대거 떠날 가능성이 있다. 신한·농협과 마찬가지로 희망퇴직 신청 대상을 만 40세까지 늘렸다.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두 달 사이 3000여 명 이상이 직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한다. 불과 1년 전 5대 은행에서 직원 2244명이 퇴직한 것과 비교해 많게는 1000명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희망퇴직이 급증한 주된 원인은 직원의 퇴직 수요 증가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 등으로 사측 입장에서 은행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보다 많은 은행원이 희망퇴직을 자처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지점장(부장급)은 물론 부지점장(부부장급)도 못 달고 임금피크를 맞아 차장으로 퇴직하는 직원들이 많아진 현실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여유 있게 준비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막대한 규모의 특별퇴직금과 학자금·재취업 지원 등도 희망퇴직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은행 업황도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좋은 조건에서 떠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따라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 퇴직하면 특별퇴직금에 일반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 원 정도를 받게 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