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시 부산, 후배들에게 영화음악의 길 열어주고파”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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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묵 부산영화음악협회 대표

2019년 부산영화음악협회 설립
"후배들 창작 길 열어주고 싶어"
뮤지컬 ‘김해성 4일’ 음악감독도

손한묵 부산영화음악협회 대표. 본인 제공 손한묵 부산영화음악협회 대표. 본인 제공

“영화음악인으로서 부산에서 살아남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서울에서 일을 받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부산에서 나고 자란 손한묵 작곡가는 2019년 부산영화음악협회를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손 대표는 “‘영화도시’라고 일컬어지는 부산에서 영화음악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미약하지만 협회를 통해 후배들이 영화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1년생인 손 대표는 부산대 음악학과(작곡 전공)와 부산대 대학원, 연세영상음악원 출신이다. 그가 참여한 작품으로는 영화 ‘파이프라인’과 드라마 ‘오늘의 웹툰’ ‘어쩌다 전원일기’ ‘18 어게인’ ‘간 떨어지는 동거’ ‘의사 요한’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등이 있다.

“가장 처음 참여한 영화는 박수민 감독의 ‘저녁식사’라는 단편이에요. 지난해 ‘Azure Lorica 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음악상을 받았던 ‘카페 속 사람들’도 박 감독 작품입니다. 부산영화음악협회 회원들과 같이 작업했는데, 상까지 받게 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 대표는 지역 축제와 공연에도 적극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창작 뮤지컬 ‘김해성 4일’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임진왜란 최초의 의병인 김해 사충신에 대한 작품인데, 저의 첫 뮤지컬 작업이었습니다. 아직도 무대에서의 짜릿함을 생각하면 벅차오릅니다.”

지난해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처음 선보인 ‘OST 마켓’ 프로그램에서 최종 5인의 작곡가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영화감독과 음악 작업을 진행할 기회를 가졌다. “10억 단위로 1000만 원의 제작비를 받고, 영화음악 감독으로 데뷔하는 특전과 마케팅 등을 지원 받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말에는 ‘제3회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에서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했습니다.”

앞서 2021년에는 부산시의 청년 인재 프로젝트 ‘넥스트(NEXT) 10’ 지원 대상자 9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청년 인재를 발굴해 10년 동안 ‘월드 클래스’ 인재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시 예산을 직접 지원 받는 ‘톱3’에는 들지 못했어요. 그래도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지역 청년 예술인을 대변할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손 대표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위탁 운영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의 ‘2022 부산영상아카데미’ 영화음악 과정 강사를 맡기도 했다. “영화음악이 꼭 정식 교육을 거쳐야 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부산에 영화음악 교육기관이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주신 부산영상위와 AFiS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는 지역에서 영화산업을 이끌 차세대 인재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 음악인이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세대 갈등, 인구 감소, 수도권에 밀집된 문화산업 등 부산 예술문화의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지역 문화가 고유한 정체성을 찾고, 청년 예술가가 성장할 수 있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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