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대학 살리기, 부산서 정책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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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기회특구 부산 선정 절실
과감한 실천으로 지역 소멸 막아야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우동기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이 부산지역 대학총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우동기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이 부산지역 대학총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23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에서 부산 지역 대학 몇몇 학과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지역 대학을 둘러싼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1일 부산연구원과 부산시 주최로 열린 ‘지방 시대 부산 먼저 미래로’ 간담회에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수단으로서 교육 자치 문제를 국정 핵심 어젠다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간담회에는 지역 4년제 및 전문대 총장들이 모두 참석해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을 봇물 터지듯 쏟아 내면서 발언 시간에 제한을 둘 정도였다고 한다.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 대학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정시 모집 직후에 지역 대학이 가장 많은 부산에서 이번 간담회가 열렸다는 점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교육을 중심축으로 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시발점이 부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동기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지방정부의 초·중·고등학교 운영 자율권을 보장하고, 교육부가 틀어쥐고 있는 대학 행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하는 교육자유특구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학과 지자체가 책임지고 함께 뛸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한, 지방 이전 기업에 소득세, 법인세, 지방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기회발전특구의 도입도 제시했다고 한다.

지역 소멸과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교육 자치와 국가균형발전에서 찾자는 정책 취지는 정확한 현실 판단이다. 교육 1호 공약으로 ‘지방대 살리기’를 제시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에 과감히 넘겨 지역 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신년사와도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실행이다. 역대 어느 정권이고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대학 살리기를 말로만 외쳤을 뿐 본격적으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주의자들이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현실을 부각하면서, ‘선택과 집중’ ‘수도권 대학 정원 확충’ 등을 요구할 경우 모처럼 내놓은 교육 개혁 정책이 용두사미가 될 우려도 크다.

지방대 살리기를 통해 지역 소멸을 막는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과감한 권한 이양은 물론이고, ‘지역인재 채용 기업 인센티브 제공’ 등 대학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교육자치특구와 기회발전특구의 안착을 위해 지산학 협력 사업을 이미 추진하고 있고, 지역 대학이 가장 밀집한 부산을 시범 도시로 선정한 뒤 성공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방정부와 대학, 지역 상공계도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각오로 역량을 키우고 지혜를 모으는 노력도 절실하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막기 위한 지역 대학 살리기가 부산에서부터 시작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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