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총선 출마 예상자, ‘텃밭’부산 원도심 구애 행렬
보수 성향 강한 서동·중영도
13대 이후 보수정당 독무대
국회 입성하면 다선 직행 가도
현역 의원 수성 능력 만만찮아
“제3 인물 등장 힘들다” 관측도
22대 총선을 1년 2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 부산에서 국민의힘 출마예상자 사이에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지역구로 서·동과 중·영도 등 이른바 원도심 지역이 꼽힌다.
전국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기로 이름난 곳이어서 한 번 진입하면 다선까지 직행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원도심 지역은 전국적으로도 강한 보수색을 띠는 곳으로 유명하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총선 이래 부산 원도심은 이른바 보수정당의 ‘독무대’였다. 13대 총선 때 김광일(중) 김영삼(서) 노무현(동) 김정길(영도) 의원이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긴 했지만 당시 통일민주당은 현재의 민주당과는 정치 성향이 달랐고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선거를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14대 총선부터는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당이 원도심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민주당과 진보 정당은 단 1석도 차지하지 못 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원도심은 선거 때마다 대단히 상징적인 지역으로 여겨졌다. 원도심을 지역구로 삼은 정치인 가운데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 2명이 대통령을 지냈다. 2명의 국회의장(김형오·정의화)도 나왔다. 전국적으로 이른바 ‘OO 벨트’ 식으로 묶이는 특정 지역에서 부산 원도심만큼 대한민국 권력서열 1~2위를 배출한 곳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
원도심 지역구에서 일단 국회의원이 되면 사실상 다선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점도 출마 예정자 구애 행렬이 이어지는 또 다른 이유다. 부산 정가에서는 “원도심엔 들어가기 힘들어서 그렇지 한 번 진입하면 웬만해선 끝까지 간다”는 말도 있다. 실제 김형오·정의화 전 의장은 내리 5번 당선돼 ‘입법부 수장’ 자리까지 꿰찼고, 유기준 전 의원도 공천 탈락의 수모를 당하면서도 4선을 했다.
원도심의 정치적 특징은 차기 총선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직 총선까지 상당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거의 없지만 원도심 지역구를 찾거나 지인들을 통해 출마설을 흘리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중·영도에는 현재 현역인 황보승희 의원과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곽규택 변호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안 의장은 부산시의회 수장이라는 경력을 쌓으면서 출마예상자 명단에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곽 변호사는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실장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의 출신고인 혜광고 동문들은 “출마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동고 출신의 조 장관은 중”영도와 사하 출마가 거론된다.
서·동에서는 안병길 의원과 유순희 부산여성뉴스 대표, 정오규 전 한국공항공사 감사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유기준 전 의원 등도 출마설이 나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장남인 정연학 봉생병원 행정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원도심 현역 의원들의 수성 능력이 만만치 않아 제3의 인물이 공천을 받기 그리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서·동 지역의 안 의원과 중·영도의 황보 의원 모두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고, 임기 동안 중앙 정치권 인맥도 두텁게 형성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또 두 사람 모두 의정 활동 성적이 나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지역구를 찾아 세력을 다져 왔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