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헌신 ‘동산 김형기 선생’ 기념관 문열었다
사상구 “생애 재조명 본격 추진”
일제강점기 학생운동에 앞장서며 대한민국 독립에 평생을 바친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동산 김형기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이 조성됐다.
부산 사상구청은 지난 13일 오후 2시께 사상구 모라동 김녕 김 씨 유두문중이 있는 유헌재에 설치된 동산 김형기 선생 기념관에서 개관식을 가졌다. 이날 개관식에는 김 선생의 조카인 동산김형기선생기념사업회 김덕규(87) 고문을 비롯해 조병길 사상구청장과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유헌재 C동에 70㎡ 규모로 조성된 기념관 입구에는 청동과 홍동 등 재질로 제작된 1.8m 높이 김형기 선생의 흉상이 세워졌다. 기념관 내부에는 김 선생의 생애와 업적이 소개돼있고, 관련 유물 5점도 함께 전시됐다. 기념관 운영시간은 화~금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4시,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3시다.
지난해부터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해온 김 선생의 생애를 재조명하는 노력이 본격화됐다. 사상문화원은 전문가들을 모아 김 선생의 삶과 정신을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사상구청은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해 예산 1억 원을 편성하고, 지난해 10월 기념관 조성 사업에 돌입(부산일보 2022년 8월 15일 자 2면 등 보도)했다.
1896년 사상구 삼락동에서 태어난 김 선생은 일제강점기 학생운동 단체를 이끈 독립운동가다. 김 선생은 3·1 운동 당시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인물로도 추정된다. 당시 경찰에 연행됐던 김 선생은 함께 체포된 학생들 중 최고형인 1년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김 선생은 부산에 동산의원을 설립하고 만주 지역 독립운동가들에 자금을 지원했다. 6·25 전쟁 직후 이념 갈등이 심하던 때 김 선생은 남한 정보기관으로 끌려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김 선생의 조카인 김 고문은 이날 기념식에서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그늘 속에 가려 햇빛을 보지 못하던 한 독립운동가의 일생을 이렇게 드러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상구청은 김 선생 기념관 일대를 주민들이 공원처럼 거닐 수 있도록 보행로와 숲을 정비할 계획이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주민들이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를 인근에 조성할 계획이다”며 “앞으로도 숨겨진 애국지사 발굴과 지원을 적극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