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흙탕’ 집권여당 당권 싸움, 국민은 안중에 없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나경원 출마 행보에 분열 양상 심화
당 미래와 국가 비전으로 경쟁해야

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당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현 집권여당의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윤심’이 우선이니 ‘민심’ 먼저니 논란이 컸는데, 최근에는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당이 또다시 혼돈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근한 만류에도 나 전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 움직임을 가시화하자 이른바 ‘친윤’ 세력과 나 전 부위원장 측이 아예 대놓고 각을 세우며 다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3월 8일)가 아직 50일 이상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이런 진흙탕 권력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니, 국민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나 전 부위원장의 사직서 제출과 윤 대통령의 해임 조치까지, 일련의 사태를 출산 정책을 둘러싼 이견 때문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나 전 부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행보를 보인 탓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차기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해 의중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냈다.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 국민의힘 주류가 전당대회 룰 변경을 추진할 때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며 방향을 제시했고, 최근에는 김기현 의원 등 윤핵관으로 꼽히는 인사들을 관저로 초청해 힘을 실어 줬다. 이런 판에 나 전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 의사를 접지 않으니 지금 같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여하튼 지금으로선 나 전 부위원장이 당권 도전의 뜻을 접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지난 13일 대변인을 내정하는 등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마저 비쳤다. 이런 나 전 부위원장의 모습에 친윤 계열로 분류되는 당내 인사들은 “반윤 우두머리” “제2의 유승민”이라며 거세게 비난하는 한편, 당 대표 출마 예정자들은 저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이들이 가깝게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 멀게는 경제·안보 위기를 이겨 내기 위한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윤심 팔이’ 경쟁에 치중하고 있으니 보기에 민망할 따름이다.

세간에선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민심도 아니고 당심도 아닌, 오로지 윤심만을 향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의 뜻을 외면하는 것도 옳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이 오롯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는 건 더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한이 엄연히 분리된 상황에서 여당과 대통령은 서로 대등한 동반자 관계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민심을 대변하며 대통령을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지금은 민생이 큰 위기를 맞은 시기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대통령의 마음이 아닌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