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운·조선산업 한 몸 돼야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
해운 정기선 운임 대폭 하락할 듯
조선산업 올해 흑자 전환 예상
향후 2~3년 공급 과잉 경쟁 치열
내수 비중 높여 안전판 마련해야
매출이 각각 최대 70조 원에 달하는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은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해운산업은 2020년 후반에서 지금까지 예기치 않은 초호황을 누렸다. 운임이 5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수익도 많아졌다. 정기선사들은 대출금을 갚거나 불황을 대비하여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후반부터 긴축정책으로 금년은 선박은 많지만 실어 나를 화물은 적은 초과공급이 예상되어 정기선 운임도 대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가 예상되기에 각 해운선사는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갈 것이다. 조선산업은 최근 수주량이 늘어났다. 대우조선해양도 한화의 인수로 안정되어 간다. 철판 가격도 안정을 찾으며 금년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해운이 불경기 시 선주들은 발주한 선박의 인도를 늦추거나 건조를 취소한다. 10% 내외에 불과한 내수시장은 우리 조선산업을 불리하게 할 요소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불황에 줄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인력 부족으로 선박 건조 납기를 어기게 되면 배상금을 물어야 하고 적자의 원인이 된다.
구조적으로 한국 해운은 부족한 자금으로 허덕였다. 배 한 척에 90%까지 빚을 내어 겨우 선박을 확보하여 운항하였다. 불경기가 와서 운임이 떨어지면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집단 도산을 했다. 2년의 건조 기간 중 인도 시에 건조 대금을 주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의 건조 계약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소는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건조한다. 1945년 신생 대한민국의 해운과 조선은 한 몸이었다. 선각자들은 한국해양대를 설립하면서 항해, 기관학과와 함께 조선학과를 설치했다. 하지만 수출 중심이 되면서 조선은 해운과 멀어졌다. 외국 선주에게 너무 의존하는 구조가 되었다.
1980년대부터 일본은 조선산업을 내수 비중 50%에 맞추어 오고 있다. 이마바리 조선소가 300척을 소유한 선주사를 설치했다. NYK와 같은 대형 해운사가 배를 빌려 사용한다. 불경기 시 자회사인 선주사가 신조 발주를 해서 일감을 주는 구조이다. 국토교통성에서 두 산업을 함께 관리하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한국 해운은 현금의 여유뿐만 아니라 해양진흥공사라는 해운산업 전문 정책금융기관이 있다. 이런 호전된 조건들을 활용, 해운과 조선산업이 하나가 되어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2023년에 복원시켜야 한다.
첫째, 300척 선박을 소유·관리하는 민간 선주사들을 부산에 만들어야 한다. 2021년과 2022년 선박이 부족하여 야단일 때 일본과 그리스의 선주사들은 높아진 선가를 이용해 매각차익을 얻거나 높은 임대료 수입을 올렸다. 우리는 오히려 이들 선박을 빌려 쓰느라 국부가 유출되었다. 현금 여유가 있는 해운선사, 물류회사, 부산항만공사, 부산시 등이 민간 선주사의 주주로 들어오면 된다. 배를 빌려서 사용할 해운선사도 이제 튼튼해졌다. 금년과 내년 선복 과잉이 되면 선가는 낮아진다. 선주사는 이때 선박을 사들일 수 있다. 금년은 민간 선주사 육성 시작의 적기인 것이다.
둘째, 우리 해운선사들이 건조 초기에 건조 대금을 많이 지급해 할인받도록 하자. 조선소는 헤비테일에서 오는 건조자금 대출의 위험을 줄여서 좋고, 선사는 선가를 낮춰 좋다. 우리 선사들은 화주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여 현재보다 더 많은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과 우리가 수출입화물은 비슷한데 운항하는 선박 숫자는 일본이 우리보다 3배가 많고, 대만도 3배나 많은 컨테이너선박을 운항한다. 우리 해운선사들과 선주사들은 더 많은 선박을 우리 조선소에 발주해 조선소의 내수 비중을 30%로 높여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상법 해상 편에 선박 건조 시 대금은 공정에 맞추어 5번에 걸쳐 나누어서 지급되도록 임의규정을 둔다. 선주사는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입법화하고, 톤세제도의 적용 등 혜택이 부여되어 일본 및 그리스 선주사들과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전제는 우리 해운선사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호황으로 해운선사 현금 보유가 많아졌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외국의 해운선사는 우리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향후 2~3년은 선박 공급 과잉으로 치열한 국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제2의 한진해운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외국이 인정하는 톤세제도와 같은 국적 해운 선사보호 제도가 더 강력히 유지되어야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산업이 일체화로 안정화되어야 불경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안정된 해운·조선산업의 최대 수혜 지역은 조선소와 선주사들이 밀집한 부울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