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ATP 투어 ‘2회 우승’ 권순우, 이젠 ‘호주오픈’이다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결승서 ‘타이 브레이크’ 대접전
스페인 노장 아굿에 2-1 승리
송곳 스매싱에 강서브 돋보여
예선 탈락 후 기권자 대신 출전
‘러키 루저’로 역대 10번째 정상
“잃을 게 없다고 되뇌며 경기해”
16일 호주오픈 1회전 기대감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 권순우(26·세계랭킹 84위·당진시청)가 자신의 생애 두 번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올랐다. 권순우는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 불린 이형택(47·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을 넘어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썼다. 권순우는 우승 기세를 몰아 16일 개막하는 호주오픈에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권순우는 14일(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 2735달러) 단식 결승에서 스페인 노장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34·26위)을 세트 스코어 2-1(6-4 3-6 7-6〈7-4〉)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ATP 투어 2회 우승 기록을 갖게 됐다. 권순우는 2021년 9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스타나 오픈에서 ATP 투어 첫 우승을 기록했다.
한국 테니스 선수 중 ATP 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는 이형택(1승)과 권순우(2승)뿐이다. 이형택은 2003년 1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한국인 최초로 ATP 투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권순우는 또 ATP 투어 예선에서 탈락하고도 기권자 덕에 본선에 진출한 ‘러키 루저’로서 우승까지 차지한 역대 10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9만 7760달러(1억 2141만 원)를 받았다. 우승 랭킹 포인트 250점도 확보해 16일 갱신되는 ATP 세계 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52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권순우는 2021년 11월 첫째 주에도 52위에 오른 바 있다. 역대 한국인 ATP 최고 랭킹은 2018년 정현이 기록한 19위였다.
권순우는 1세트부터 ATP 투어 11회 우승을 기록한 관록의 바우티스타 아굿을 상대로 구석구석에 찌르는 ‘송곳 스매싱’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권순우는 좀처럼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펼쳤다. 강하고 빠른 포핸드 스트로크로 바우티스타 아굿에게 공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힘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권순우는 최고 시속 209km의 서브를 바우티스타 아굿에게 날렸다. 서브 에이스는 권순우가 11개, 바우티스타 아굿이 5개였다. 특히 권순우는 세컨드 서브조차 매서웠다. 권순우의 세컨드 서브가 득점으로 연결된 비율은 51%로, 바우티스타 아굿(44%)보다 높았다.
권순우는 1세트를 6-4로 따냈고, 2세트를 3-6으로 내준 뒤 3세트에 돌입했다. 권순우와 바우티스타 아굿은 3세트에서 쫓고 쫓기는 대접전을 펼치며 게임 스코어를 6-6까지 만들었다. 7점을 먼저 내야 하는 ‘타이 브레이크’에서 권순우는 6-4로 앞서 나갔다. 이어 바우티스타 아굿이 받아 넘긴 공이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면서 권순우의 우승이 확정됐다. 아굿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챌린지를 신청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2시간 42분에 걸친 혈투가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 권순우의 입가에 미소가 얹혔다.
권순우는 공식 우승 인터뷰에서 “예선에서 진 뒤 잃을 게 없다고 스스로 되뇌며 결승까지 왔다”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우승을 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순우는 자신의 SNS에 “말도 안 돼, 맞아 말 돼? 어? 몰라 그냥 막 해. 그냥 하는 거지 뭐. 늦게까지 응원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우승 기세를 16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이어간다. 권순우는 1회전에서 랭킹 123위인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미국)와 맞붙는다. 권순우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21년 프랑스오픈 3회전 진출이다. 호주오픈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2회전에 오른 바 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