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례품 때문에 고향사랑 기부 격차 생길라”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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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부산 사상구(구청장 조병길)가 지난 4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급업체로 선정된 9개 업체와 협약식을 개최하는 모습. 사상구 제공 사진은 부산 사상구(구청장 조병길)가 지난 4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급업체로 선정된 9개 업체와 협약식을 개최하는 모습. 사상구 제공

부산지역 기초지자체들이 설을 앞두고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전국의 기부자들을 유치하고자 이색적인 답례품을 내세우고 있는 건데, 마땅한 특산물이 없는 구·군은 ‘기부 격차’가 벌어질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 차원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특산물 등을 선정해 타 시·도에 비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부산지역 16개 구·군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14개 기초지자체와 부산시가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선정을 완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진구와 서구만 아직 품목 선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고, 중구와 동구는 각각 한 상품만 등록돼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고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됐다.

기부자는 현재 주민등록 주소지 외 다른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 공제 혜택과 기부액의 30% 범위 내로 마음에 드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1인당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된다. 10만 원의 초과분은 16.5%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주민 복리 증진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매년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제안이라 이색 답례품 경쟁이 치열하다. 남구는 오륙도 등을 요트로 돌아보는 ‘다이아몬드베이 요트투어 티켓’을 앞세웠다. 강서구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짭짤이 토마토’를 설 이후 답례품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해운대구와 기장군은 ‘미역 다시마’ 세트를 답례품목으로 등록하면서 부산 미역을 두고 ‘원조 경쟁’에 나섰다. 이 밖에도 ‘구포국수’로 유명한 북구는 ‘오색면 세트’, 금정구는 금정산성 막걸리를 주원료로 만든 식초 ‘금막초’를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부산시도 고등어, 기장미역, 어묵, 명란젓, 쌀 등 5개 품목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 자원이 풍부한 지자체는 함박웃음을 짓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울상이다. 정작 재원이 필요한 지자체의 경우 바다 등 관광지와 인접하지 않거나 이렇다 할 특산물이 없는 상황이 더 많다. 이에 기부의 ‘부익부 빈익빈’이 생겨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부산 구·군의 절반 이상이 고심 끝에 빵이나 커피, 어묵 등 다소 뻔한 품목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답례품을 아직 선정하지 못한 부산진구도 커피와 숙박권 등을 답례품목으로 고려 중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도시 중심에 있는 지자체들은 다른 지역보다 품목에 제약이 있어 이색적인 상품 발굴이 힘들다”고 말했다. 답례품을 정해도 단가 등이 맞지 않아 공급업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동구는 어묵, 관광 체험권, 건강검진권 등을 답례품으로 결정했지만 이를 공급해 줄 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2차 공개모집을 올렸지만 언제 업체가 정해질지 기약이 없다. 타 지역 거주자가 사용할 수도 없는 지역화폐 ‘이바구페이’만 급하게 땜질식으로 등록한 상황이다.

제도 시행 초기라 이목이 집중될 시기이지만 홍보에 미온적인 지자체도 있다. 서구의 경우 답례품목을 선정조차 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야경과 송도해수욕장 등 다양한 문화·관광 자원이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품목을 다양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다 보니 품목 선정 등 일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한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답례품과 공급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기초지자체가 많은 만큼 부산시 차원에서 답례품과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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