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용어 바뀔까… 보건복지부, 용어 개정 논의 시작
16일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 첫 회의
치매, ‘어리석다’는 일본 한자에서 기원
대만·일본·홍콩·중국에서도 명칭 변경
조현병, 뇌전증 등 변경 사례 있어
‘어리석다’라는 뜻을 가진 용어 ‘치매’를 개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조현병, 뇌전증과 같은 타질병의 사례처럼 이 용어도 개정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 제1차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치매라는 용어가 질병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불필요한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는 지적에 따라 구성됐다. 정부와 의료계, 돌봄·복지 전문가, 치매환자 가족단체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용어 개정과 함께 인식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날 1차 회의에서는 치매 용어와 관련한 해외 사례와 다른 질병의 개정 사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용어 개정과 관련해 향후 추진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정신의학자 쿠레 슈우조는 ‘디멘시아(dementia·정신이상)’라는 라틴어 의학용어를 ‘癡呆’로 번역했다. 이 한자를 우리 발음으로 옮긴 것이 ‘치매’가 된 것이다. 치매의 한자 뜻은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로, 어리석다는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치매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인식을 유발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2000년대부터 각 나라에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대만은 2001년 ‘실지증’으로, 일본은 2004년 ‘인지증’으로 개정했다. 홍콩과 중국은 2010년과 2012년 ‘뇌퇴화증’으로 병명을 바꿨다.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8%가 ‘치매’ 용어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고 답했다. 치매를 대체할 용어로는 ‘인지저하증’(31.3%)을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타질병의 경우 국내에서도 병명을 개정한 사례가 있다. ‘정신분열병’은 2011년 ‘조현병’으로 개정됐으며, ‘간질’은 2014년 ‘뇌전증’으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이번 개정 협의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김혜영 노인건강과장은 “치매 대체 용어에 대한 의료계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개정을 추진하겠다”라며 “치매 용어 개정이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치매 친화적 지역사회 조성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