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보호구역 뒷걸음질, 초고령사회 부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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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교통사고 2025건으로 높아
노인이 걷기 안전한 도시 지향해야

노인보호구역 모습. 연합뉴스 노인보호구역 모습. 연합뉴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이 노인 보행 안전 대책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매년 수십 명의 고령자가 부산에서 보행 중 목숨을 잃는 교통사고를 당하지만, 고령자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도입된 노인보호구역은 2021년 12월 수영팔도시장 내에서 60대 할머니와 18개월 된 손녀가 승용차에 치여 숨지면서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조례가 개정됐다. 하지만 조례 개정 이후 부산에 차량 속도 제한 및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노인보호구역은 85곳에서 83곳으로 감소하는 등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보호구역 지정 숫자는 서울 175개는 물론이고 인천 159개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충남의 경우 부산의 8배가 넘는 692곳을 지정했다. 전국에서 12번째로 하위권에 맴돌았다. 부산시가 노인 보행 안전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노인 교통사고 피해는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2021년 기준 부산의 고령자 교통사고 건수는 2025건이고 사망자는 42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6번째로 많은 수치다. 명색이 15분 도시, 고령친화 도시를 내세우는 부산으로서는 부끄러운 지표다. 이는 걸음이 느리고, 순간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에게는 부산이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고, 마음 놓고 걸어 다니기 어려운 도시임을 의미한다.

부산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9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해 국내 대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상태이다. 2030년 이후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3분의 1가량에 이른다. 초고령사회 부산은 노인 보행 안전 문제를 노인 복지, 노인 인권 보호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노인 대부분이 걷거나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교통 약자다. 생명을 위협하는 교통사고에 노인들이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만성적인 주차 공간 부족, 차량 정체, 예산 부족 등으로 노인보호구역 추가 지정이 힘들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의지조차 없다는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부산시는 시장 상인들의 반발과 산복도로 상황 등 수월하진 않겠지만, 노인 보행 안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함께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노인 교통사고 빈발 지역과 고위험 지역에 대한 진단과 정비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노인이 안전한 도시’가 결국 어린이와 임산부 등 교통 약자가 행복한 도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임을 명심해야 한다. 말뿐이 아니라 노인이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시정 핵심 목표로 삼고,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보행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아무리 지나쳐도 모자라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안전과 행복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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