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유튜브에 포획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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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지난해 7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서 주최한 ‘의견 수렴 경청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당의 혁신 방향을 구하는 자리였다. 나는 비록 국민의힘 당원은 아니었지만, 여당이 상식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현재 청년들이 국민의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경청회에서 나온 의견은 다양했다. 특히 유튜브에 대해선 패널마다 견해가 엇갈렸다. 나는 당이 정치 유튜버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면 편협한 사고에 빠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유튜브가 대세인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정치 유튜버들과 협업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패널은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이미 웬만한 언론을 뛰어넘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치판의 유튜버 전가의 보도 맞나

콘텐츠 아닌 플랫폼이라는 사실 간과

구독자 수 아니라 합리적 주장이 중요

보수 강경 유튜버들 최고위원 출사표

눈앞의 팬덤 유혹에 포획되지 말고

평범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사실 그 자리에 참석한 패널들뿐만이 아니라, 정치판에서는 이미 유튜브가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고 있다. 뭐만 하면 유튜브로 홍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유튜브의 영향력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선 후보들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다. 문제는 그게 어떤 채널인가다. 당시 화제가 된 채널 중 정치를 다루는 채널은 없었다. 주식, 공부, 게임 등 각 영역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던 채널에 후보들이 출연해 소통한 게 신선하게 비쳤을 뿐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채널들과 편향적인 정치 채널을 동일시하고 있다. 유튜브는 포털사이트와 같은 플랫폼일 뿐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는 걸 간과한 것이다.

유튜브가 막 등장한 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하며 “‘당신’이 글로벌 미디어 영역을 파고들고,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세웠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유튜브는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매체였다. 개인이 방송국인 시대, 그 시대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대중매체가 독점해 온 ‘언론 권력’이 분산되고 온갖 다양성과 창의성이 만개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 권력이 해체되면 그만큼 권위와 책임도 분산되는 법이다. 게다가 유튜브에는 기성 매체에 가해지는 제재들이 상당수 적용되지 않는다.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낳는다. 각종 음해와 선동이 예사로 행해지고, 때로는 없던 일을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오는 쾌감은 거대한 팬층을 형성케 한다. 유튜브가 정치라는 몸통을 흔드는 꼬리(Wag the Dog)가 된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민주주의는 늘 범위가 아닌 강도에 의해 고통을 받는다. 열혈 구독자층을 확보한 유튜브 채널들이 발언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정치는 점점 더 외딴곳으로 들어가고 있다. 온갖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만큼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은 없을 것이다. 이미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규모를 키운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세의 대표가 최고위원 출마 의사를 밝혔고, 김건희 여사 팬클럽 전 대표이자 채널 ‘강신업TV’를 운영 중인 강신업 변호사도 일찍이 당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47만 명이나 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의 최고위원 출마 선언장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 김기현 의원 등 당내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얼굴도장을 찍기도 했다.

그런데 147만 명이 아니라 그 두 배의 구독자를 확보한다고 한들, 정치 유튜버들이 정당에 꼭 승리를 안겨 주는 건 아니다. 팬층이 두껍다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9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년층 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자 유튜버들과의 소통을 대폭 확대했다. “청년들이 유튜브를 많이 본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단언컨대 황교안 대표가 초청한 유튜버들의 채널을 구독하는 청년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보편적인 청년들이 수용하기엔 너무 극단적이었다. 유튜버들을 극진히 모신 결과는 2020년 제21대 총선 참패였다. 심지어 보수정당은 선거 이후에도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극우 유튜버들을 떼어 내느라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어쩌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그들이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성장했는지 살펴볼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유튜브 팬덤 너머 평범한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인지, 아니면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그들에게 포획될 것인지를 말이다. 물론 이는 다른 정당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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