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개 전국 단위 수협 중 유일하게 '연구원' 둔 이곳…이유는?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어업경영지원 연구원 운영
오래된 일본 법 근거 조업 구역 등 차별에 대응
헌법소원 제기…신어장 발굴 데이터 연구도
부산에 본사를 둔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는 다른 단위 수협에는 없는 조직이 있다. 바로 '어업경영지원 연구원'이다. 특정 분야가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한 독립된 연구 조직을 둔 곳은 전국 91개 단위 수협 가운데 유일하다. 왜일까?
17일 대형기선저인망수협에 따르면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은 2021년 3월 기존 '미래전략실'의 명칭을 '어업경영지원 연구원'(이하 연구원)으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인 연구 업무에 착수했다. 연구원은 조합원인 어민들의 민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각종 현안 조사와 신사업 발굴 업무를 담당한다. 보통 다른 단위 수협은 지도과에서 병행하는 업무다.
수협의 본사 격인 수협중앙회에 수산경제연구원이 있고, 단위 수협의 경우 제주어류양식수협에 연구팀이 있지만 특정 분야에 특화돼 있다. 경영전반에 대한 연구와 신산업을 발굴하는 연구 기능 조직을 별도로 둔 곳은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이 유일하다고 업계는 본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은 연구원 운영 이유로 쌍끌이·외끌이·트롤 등 여러 업종이 하나로 묶인 조합의 특성과 더불어 수협 조업 구역에 대한 현행법의 역사적인 배경과 불합리한 규제를 든다.
연구원에 따르면 대형기선저인망 어업이 근거를 둔 법은 1910년대 조선에 진출한 일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본 법을 따라 만들어져 아직 불합리한 잔재가 남아있다. 대형기선저인망어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저인망어업을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배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관련 법도 일본법을 따랐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업 상황이 많이 변했음에도, 당시와 현재의 조업 가능 구역이 거의 일치해 불합리한 여건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는 게 수협의 설명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규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원을 신설한 것이다.
일례로 외끌이의 경우 다른 업종과 어선 규모나 어법 등 조업 조건이 비슷한데도 조업 구역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은 주장한다. 또한 트롤도 조업 구역을 전국 근해라고 규정하는 상위법과 달리 하위법령에서는 일부 구간으로 한정하고 있어 상충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이와 같은 법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정하기 위해 관련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연구원의 업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신어장을 개척하기 위해 각종 데이터와 법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현재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어장이 이동하는 등 조업 상황의 변화가 크다. 이러한 내용을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어장에 수협 조합원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업무다. 권정혁 연구실장은 "어민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마음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업무다"고 말했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과학적인 데이터와 법적인 검토를 거쳐 어민들의 어려움을 제시한다면 기관 등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구원의 각종 연구가 성과를 내면 수십 년간 풀리지 못했던 어민들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