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하면 한·미동맹 파탄”… 북 위협 현실적 대응책 찾아야
VOA, 윤 “핵 보유” 발언 재조명
한 경제 희생·중 반발 등 역효과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노린 듯
영 FT “전시에 서울 탈출 못 해”
호 전문지 “트럼프 때와는 달라”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발언에 대해 북한 위협에 대처하는 데 역효과를 낼뿐만 아니라 한·미동맹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부 외신은 한반도의 극단적인 긴장 고조로 전쟁까지 가정한 비극적 상황을 칼럼으로 게재한 반면, 과거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과 같은 위기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 “핵무장” 발언은 미국 노린 것?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한때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자국의 핵무기 획득 논쟁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미동맹을 변화시키고 지역 안보 역학을 뒤집을 수 있는 움직임이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의 파장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대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VOA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민주화된 한국 사회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봤다.
VOA는 윤 대통령 발언이 사실상 북한보다는 북한에 매파적으로 접근하려는 보수 지지층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이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단기간에 핵무장을 완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미 행정부가 확장 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VOA는 또 한국이 핵무기를 가질 경우 한·미동맹이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릭 브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국장은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양국은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력을 얘기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핵무기 개발 언급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한·미 안보 협력과 확장 억제를 강화하려는 노력 모두에 역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며 “미 의회가 요구하는 제재,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 국제 협력 종료, 중국의 반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역대급 미사일 도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외신에는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한 칼럼까지 등장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서울지국장인 크리스찬 데이비스는 16일 ‘한반도 전쟁 준비의 교훈’이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전쟁 상황시) 내가 실제로 생존할 가능성이 0보다 약간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한 서방의 외교관은 각각의 적들(남과 북)의 화력은 매우 크고, 이에 비해 그들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서 (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모두 끝날 것이라 한다”며 “평시의 주요 공휴일에 서울에서 (지방으로) 나가려고 했던 사람이라면 알 듯이, (전시) 상황에서 서울을 빠져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호주의 국제전문지 인터프리터는 지난 10일 보도에서 올해가 한반도 긴장이 극에 치달았던 2017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 매체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반복해서 북한을 안심시키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군사적 해법을 선호했던 점과 극명히 다르다”고 썼다.
또 “윤 대통령은 북한에 매우 매파적이고, 미국이 한국을 제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한국과의 합동 핵 훈련을 부인한 것도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