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동백 / 강은교(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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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 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 시·산문집 〈꽃을 끌고〉(2022) 중에서


동백이 피는 계절이 오고 있다. 동백은 나무에서 피고 떨어져 땅에서도 피고 사람의 마음에서도 피는 꽃이라 하지 않던가. 어느 해 이른 봄밤 청사포에서 해운대까지 걸어오며 길가에 무리 지어 핀 동백을 만났을 때의 감흥은 내내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붉고 선연한 동백꽃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시인은 ‘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는 동백을 만났나 보다. 떨어질 때도 모가지 채 툭 부러지는 동백을 보면 아, 이 꽃은 지는 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부서지는 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인의 전언대로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올해도 동백을 보러 가야겠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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