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반려동물을 위한 한방치료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괜히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어딘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왜 그럴까? 기온이 낮아지면서 척추 주변의 근육, 인대 등의 긴장이 높아져 통증을 더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을 찾아 초기에 치료한다. 무슨 질환이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이 아픈지 어떻게 눈치챌 수 있을까? 매일 한두 시간 너끈히 산책하는 필자의 반려견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가고 싶어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달려 나와 두 다리로 서서 폭풍 뽀뽀 타임을 갖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추운 날에는 나가자고 해도 잘 나가지 않고, 퇴근하고 왔는데 멀리서 꼬리만 천천히 흔들고 있다. 서운하기도 하고 어디가 아픈 건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장난도 잘 치고 밥도 잘 먹어서 ‘일시적인 건가?’라며 평소대로 생활한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갑자기 산책 중에 주저앉거나 만지려고 하면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이것은 반려견이 어딘가 통증이 있고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정형외과 질환이 있거나 수술받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특히 노령견일수록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겨울철에 자주 병원을 찾는 경우 중 하나가 추간판탈출증, 흔히 디스크라고 하는 질환이다.
두 달 전 한방센터를 찾았던 13살 요크셔테리어는 몇 달 전부터 고개를 못 들고 눈만 들어 보호자를 쳐다보곤 했는데, 그런 행동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반복됐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사지마비가 왔고, 대소변도 스스로 보기 힘들 지경까지 왔다. MRI 촬영 등을 통해 경추와 흉추 부분의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받았다. 보호자가 수술적 치료를 원하지 않아 한방치료를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통증 때문에 기력도 없고 밤에 잠도 못 이룰 정도였다. 추가로 한약을 복용하고 한방 치료를 받은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스스로 서기도 하고 대소변도 잘 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잘 걸어 다니고 있다. 침 치료만으로도 경혈 자리를 자극해 염증과 통증 완화를 시켜주지만, 한약도 함께 복용하면 시너지 효과로 디스크로 인한 염증과 손상된 신경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사랑으로 키우지만, 질병의 진행 상태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자신의 반려동물이 이전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좋다. 가령 평소 즐기던 산책을 기피한다거나, 두 다리로 반기던 반려견이 서지 않거나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의 반려동물이 활동량이 줄어들고 어딘가 행동이 불편해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있겠지만, 침습적이지 않고 서서히 개선해 나가고 싶다면 한방치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간혹 ‘강아지, 고양이도 한방치료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강아지, 고양이 한방치료도 사람들이 받는 한방치료처럼 전기침, 건침, 약침, 원적외선을 이용한 뜸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약속한 듯이 돌아오는 질문이 ‘강아지나 고양이가 가만히 있나요?’라는 것인데, 한방센터에 오는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치료 시간 동안 기분 좋게 치료를 잘 받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배윤지 큰마음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