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칼럼] 그래도 희망이다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2030 월드엑스포 유치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크다. 여론조사는 열에 여섯이 이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 또한 올해 그 염원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오는 4월에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대비하여 부산은 개최 예정지인 북항을 단계에 따라 인프라를 조성하는 한편 도시 브랜드를 고취하기 위한 여러 기획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20여 년 써 오던 ‘다이내믹 부산’에서 새롭게 ‘부산 이즈 굿’으로 바꾸었다. ‘다이내믹 부산’이 내포한 역동적 이미지를 이어받으면서 보다 성숙한 도시를 표상하는 의미를 수용하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2030 월드엑스포의 주제인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에 상응하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를 오는 5월에 부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가 협업하여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최한다. 세계가 직면한 최대 이슈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부산의 이미지를 이에 맞추려 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기대된다.
새 도시 브랜드 성숙한 의미 수용
엑스포도 기후 위기 대비 초점을
인천공항 개항 후 인천 급속 발전
대구도 ‘투 포트 시티’ 전략 전환
가덕 신공항 절대 흔들려선 안 돼
동천 등도 북항 개발과 연계해야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에 대비하여 지난 11일 공개한 ‘세계 위험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첫째 요인으로 ‘기후변화 완화 실패’를 내세웠다. 둘째가 ‘기후변화 적응 실패’, 셋째가 ‘자연재해와 이상기온 현상’, 넷째가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라는 점에서 작년에 이어 ‘기후 위기’는 앞으로도 가장 중대한 위험으로 인식된다. 무엇보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가 격변하고 분열과 격차가 심해졌다는 점이 당면한 현실이다. 불균등과 불평등이 더욱 커지면서 세계가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기후 행동에 실패할 공산이 높아졌다. 벌써 그 징후가 UN이 목표한 기후 상승 저지선인 1.5도를 상회하여 1.8도에 이른 데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주제로 내세운 2030 부산월드엑스포가 세계를 설득하고 대비해야 할 과제가 뚜렷하다.
지금 부산은 2030 월드엑스포에 도시의 명운을 건 느낌이다. 올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결판이 난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가 경쟁 대상 도시이다. 사우디의 경제력, 이탈리아의 유럽주의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정세 변동 등의 요인이 있어서 부산으로서도 쉽지 않은 국면이다. 한국의 경제력과 문화력을 극대화하고 최적의 개최 장소가 부산이라는 이미지로 세계를 유인한다는 전략으로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대목에서 기후 위기라는 지구적 위험을 상기하는 개념을 두루 기입할 필요가 있겠다. 기후 위기는 환경은 물론 경제, 도시공간과 건축, 문화와 식생활 전반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세계적이고 사회적인 합의와 행동의 실패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장 눈앞의 현실이 긴급하기에 근본적인 위험을 실감하지 못하는 맹목이 현실이다.
부산은 지금 2030 월드엑스포 유치와 가덕도 신공항 조기 건설을 연계하고 있다. 사실 전자가 아니라도 후자는 국가적 과업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인천을 변화시키고 있는 지표가 분명하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3년간 4단계 개발을 추진하였고 2025년에 이르면 여객과 화물에서 미국 애틀랜타 공항과 중국 홍콩에 버금가는 수위 공항이 될 전망이다. 공항은 첨단 산업을 유인하고 사람을 불러들인다. 영종국제도시 30만, 송도국제도시 35만, 청라국제도시 15만의 증가로 조만간에 인구 340만에 육박하여 부산을 앞지를 공산이 크다고 한다. 최근 인천은 120년 전 제물포항에서 시작된 해외 이민을 기념하여 하와이에서 ‘인천의 날’을 선포한 일이 있다. 인천과 하와이를 연결하는 태평양 시대를 궁리한다. 중국과 교역하는 황해시대에 그치지 않고 그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대구 또한 이에 질세라 ‘투 포트 시티’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경북 군위군을 편입하여 대구 신공항경제권을 확립하고 포항항을 거점으로 동해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이다. 과감하게 분지에서 바다로, 세계로 나가려는 의지를 표출한다.
다행히 가덕 신공항 기본조사와 설계가 착수되었다. 적어도 제2의 중추적인 국제공항이 남부지역에 건설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다른 무엇에 앞서는 국가적 과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2030 월드엑스포와 연계할 수는 있으나 필수조건은 아니라 생각한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메가시티 연합의 붕괴 이후에 남해안 벨트가 부상하고 있다. 해역은 당연히 존재하는 사실이지만 부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와 더불어 육지의 바다인 강과 하천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각도 요긴하다. 낙동강 유역과 수영강 유역은 물론 보수천, 초량천, 동천 등 수많은 하천은 해역으로 이어진다. 북항 2단계 개발과 동천 유역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바다를 살리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 2030 부산월드엑스포로 부산 북항에서 실현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