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전쟁·기후변화… ‘다중위기’ 속 협력 안 하면 ‘공멸’
다보스포럼서 복합적 위험 주목
“소화 불가능한 형편없는 뷔페”
해법으로 ‘국제 공조’ 제시에도
주요 국가 정상 불참해 김빠져
19일 특별연설 예정 윤 대통령
세계 공급망·청정 에너지 강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행사로 열리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현 시대를 보여주는 키워드로 ‘다중위기’(polycrisis)가 꼽혔다. 이번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세계 각국의 52명 정부 수반 중 한 명인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연대와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17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지난 16일 개막한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용어가 다중위기다. 다중위기는 1990년대에 프랑스 철학자 에드가 모랭이 만든 말이다. 2016년에는 장클로드 융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시리아 난민과 영국의 EU 탈퇴 등 EU에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거론하며 언급한 적이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지칭하는 다중위기는 △코로나19 촉발 보건 위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충격 △민주주의 기능 장애 △기후위기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지난해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다중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투즈 교수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유형의 다양한 충격은 매우 이례적이다”면서 “다중위기라는 개념이 마치 형편없는 조식 뷔페같은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소화할 수 없는 식재료의 혼합물이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 참가자들은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폭넓은 국제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나는 세계가 긴장으로 팽배한 것을 본다”면서 “만약 우리가 다중위기 속에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공멸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세계 주요 국가의 정상들은 이번 모임에 불참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핀란드·라트비아 총리, 필리핀·칠레 대통령 등 총 52명의 정부 수반이 참석한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정치 거물급 인사들은 불참했다. 주요 7개국(G7) 지도자 중 독일의 올라프 슐츠 총리만 참석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은 대리 참석자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서 9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은 19일 특별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 강화,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 등을 위한 국제 연대 방안을 제시한다.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 WTO 체제 약화 등 세계가 당면한 위기를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진단에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왔던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한 연대와 협력이 이러한 글로벌 위기의 해결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도 강조하게 된다.윤 정부는 올해 외교 정책의 큰 방향을 ‘국익 기반 경제·안보 외교’로 설정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이 참여하는 ‘칩4’ 동맹 등에서 새로운 협력을 통해 능동적으로 국익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리히에서 열린 스위스 동포 간담회에서도 “새해 여러 위기와 도전이 있지만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는 길이라고 확신한다”며 “스위스와 같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기술 선도국과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강력히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