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온천 여행 떠난 울진, 온천만 하고 오면 후회할걸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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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온천, 국내 유일 자연용출 온천… 추위·피로 싹 가셔
한반도 등허리 해안도로 달리면 곳곳이 보석 같은 명소들
‘관동팔경’ 월송정·망양정 올라 굽어보면 절경에 절로 탄복
이현세 만화거리·국립해양과학관에선 동심으로 돌아간 듯

경북 울진 후포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해변에서 기어 올라오는 황금빛 대게가 눈에 들어온다. 울진황금대게공원에 있는 황금 대게 조형물이다. ‘울진은 대게의 고장’이라고 말해 준다. 경북 울진 후포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해변에서 기어 올라오는 황금빛 대게가 눈에 들어온다. 울진황금대게공원에 있는 황금 대게 조형물이다. ‘울진은 대게의 고장’이라고 말해 준다.

며칠 따뜻한 겨울 날씨에 괜스레 기후 우울증을 앓았다. 기우였다. 우리나라 겨울 날씨는 삼한사온이다. 곧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 추위엔 온천 생각이 간절해진다. 전국에 많은 온천공이 뚫렸고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렇다고 다 같은 온천이 아니다. 경북 울진은 예부터 피부와 건강에 좋은 온천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울진 여행은 낯설다. 물리적 거리 부담 탓이다. 발길이 적은 곳은 한갓져 좋다. 온천만 즐기기엔 다소 아쉽다. 그래서 욕심을 내 1박 2일 여정을 빼곡히 채웠다. 해안도로를 따라 위치하고 있는 보석 같은 명소를 빠짐 없이 찾다 보면 온천 여행은 어느새 여행의 부제가 된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 월송정 기둥 사이로 푸르른 동해 바다가 보인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 월송정 기둥 사이로 푸르른 동해 바다가 보인다.
월송정에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동해 바다로 걸어가면 구산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 사장과 맑은 동해 바다가 반긴다. 월송정에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동해 바다로 걸어가면 구산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 사장과 맑은 동해 바다가 반긴다.
이현세 만화거리에 그려진 <공포의 외인구단> 벽화. 200여m의 담벼락에 <공포의 외인구단> 전편 줄거리 명장면들이 담겨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만화를 다 읽은 느낌이다. 이현세 만화거리에 그려진 <공포의 외인구단> 벽화. 200여m의 담벼락에 <공포의 외인구단> 전편 줄거리 명장면들이 담겨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만화를 다 읽은 느낌이다.
이현세 만화거리 끄트머리에 있는 남벌열차카페는 폐차된 새마을호 열차 한 량을 옮겨 놓았다. 카페 앞에는 오혜성과 마동탁, 엄지 동상이 있다. 이현세 만화거리 끄트머리에 있는 남벌열차카페는 폐차된 새마을호 열차 한 량을 옮겨 놓았다. 카페 앞에는 오혜성과 마동탁, 엄지 동상이 있다.

월송정에 탄복하고 이현세 만화거리에서 추억 여행

울진의 대표적인 온천 명소는 덕구온천과 백암온천이다. 각각 울진의 북쪽과 남쪽 끝에 있다. 효율적으로 여행하려면 어느 온천의 숙소에 묵을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해안길을 따라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며 울진의 명소들을 두루 훑을 요량으로 북쪽 덕구온천호텔&콘도를 숙소를 정했다. 부산에서 울진까지 만만찮은 거리지만 찾아가기는 쉽다. 부산~울산~포항 고속도로를 쭉 달린 뒤 동해안을 따라 난 7번 국도나 917번 지방도 등 해안도로를 오르면 된다.

울진에 접어들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후포항 인근 등기산스카이워크와 등기산공원이다. 스카이워크에 올라 아래로 내려다본다. 속을 훤히 비추는 청록빛 바다가 아름답고도 한편으론 아찔하다. 스카이워크 옆 바다 위로 솟은 자그마한 바위섬은 소원 성취 효험이 팔공산 갓바위에 비견된다는 후포갓바위다. 갓바위를 보며 가족의 건강을 빈다. 등기산공원은 스카이워크와 현수교 형태의 짧은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다. 해발 54m 야트막한 공원에는 1968년 최초 점등한 후포등대가 우뚝 서 있다. 공원 곳곳에는 전 세계 유명 등대들을 본뜬 미니어처 등대들이 있다. 장난감처럼 앙증맞다.

울진을 여행한다면 꼭 가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월송정(越松亭)이다. 신라의 국선 영랑, 남랑, 술랑, 안랑이 이곳의 풍경에 반해 놀다 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중국 월나라에 있던 소나무를 배에 싣고 와 심었기 때문에 월송정이라 부른다는 얘기도 있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예부터 시인·묵객들이 하나같이 명승에 탄복한 곳이다. 월송정에 올라 동해와 소나무 숲을 눈에 담는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동해 바다로 조금만 걸어가면 구산해수욕장이다. 모래가 어찌 이리 고울까, 물은 또 어찌 이리 맑을까…. 한적함은 감동의 울림을 더해 준다. 월송정과 구산해수욕장의 빼어난 경치를 주섬주섬 주머니에 담아 평생 꺼내 보며 즐기고 싶다.

첫째 날 마지막 여정은 이현세 만화거리다. 만화거리는 울진군 매화면사무소에 시작해 매화 4길을 중심으로 1길과 3길 일부 구간이다. 1980~90년대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아마게돈> 등의 작품으로 명성을 떨친 만화 거장 이현세의 작품들이 마을 어귀부터 골목 담장 곳곳에 벽화로 뒤덮였다. 까치, 오혜성, 엄지, 마동탁, 백두산…. 40~50대 이상이라면 만화나 영화로 접했던 만화 속 캐릭터가 벽화를 통해 되살아났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덕구온천 원탕에서 내려오는 자연용출 온천수 송수관. 덕구계곡 트레킹 코스 내내 송수관이 계곡을 따라 연결돼 있다. 추운 날씨에도 온천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온 처리가 돼 있다는 설명도 있다. 덕구온천 원탕에서 내려오는 자연용출 온천수 송수관. 덕구계곡 트레킹 코스 내내 송수관이 계곡을 따라 연결돼 있다. 추운 날씨에도 온천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보온 처리가 돼 있다는 설명도 있다.
덕구온천호텔&콘도 객실에 있는 온천욕장. 덕구온천 자연용출 온천수가 공급된다. 덕구온천호텔&콘도 객실에 있는 온천욕장. 덕구온천 자연용출 온천수가 공급된다.
덕구온천의 기원인 ‘원탕’. 원탕에서 솟는 자연용출 온천수는 덕구계곡을 따라 설치된 송수관(원탕 왼쪽)을 통해 덕구온천 내 여러 온천장까지 송출된다. 덕구온천의 기원인 ‘원탕’. 원탕에서 솟는 자연용출 온천수는 덕구계곡을 따라 설치된 송수관(원탕 왼쪽)을 통해 덕구온천 내 여러 온천장까지 송출된다.
덕구온천 원탕 옆에 있는 족욕탕에 발을 담가 걷느라 지친 발을 위로해 준다. 공용 수건이 걸려 있지만 개인 수건을 챙겨가면 좋다. 덕구온천 원탕 옆에 있는 족욕탕에 발을 담가 걷느라 지친 발을 위로해 준다. 공용 수건이 걸려 있지만 개인 수건을 챙겨가면 좋다.

덕구온천에서 온천욕 즐기고 원탕 찾아 트레킹

덕구온천은 국내 565개 온천 중 유일한 자연용출 온천이다. 인위적으로 온천공을 뚫어 뽑아내는 온천도, 물이 모자라 지하수를 데워 섞거나 다른 첨가물을 넣는 온천도 아니라는 뜻이다. 덕구온천호텔&콘도 모든 객실에는 자연용출 온천수가 공급된다. 객실에 있는 온천욕탕에 몸을 담그니 여행객의 피로가 스르르 사라진다. 근육통이 사라지고 몸은 매끈매끈 윤이 난다. 덕구온천은 칼륨, 칼슘, 철, 탄산 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된 섭씨 42.4도의 약알카리성 온천수다. 신경통, 근육통, 피부 질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루 약 2000톤의 온천수가 응봉산 중턱에서 솟아난다. 덕구온천호텔&콘도를 비롯해 주변 온천욕장에서 끌어다 쓰고 있지만 모두 소화하기 벅차 그냥 흘려 보내는 양도 엄청나다고 한다.

객실에서 즐기는 온천욕으로 아쉽다면 스파월드와 대온천장을 이용하면 된다. 스파월드에서는 온천 물줄기나 기포로 근육의 피로를 풀고, 노천탕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곳에 앉아 겨울 온천욕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대온천장에서는 자수정사우나와 옥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덕구온천을 찾았다면 덕구계곡 트레킹을 빠뜨려선 안 된다. 덕구계곡의 절경 속을 걸으며 덕구온천 태생의 신비(?)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구온천콘도 건물 옆에서 시작해 덕구계곡을 따라 온천수가 솟구치는 ‘원탕’까지 갔다 돌아오는 왕복 8km 코스다.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짧지 않지만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자신에 충실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걸은 지 얼마 안 돼 스마트폰 통신망과 데이터망이 불통이다. 걸으며 세계의 유명 교량을 본뜬 12개의 다리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반환점인 원탕에 이르렀다. 돌기둥 같은 곳에서 온천수가 솟아오른다. 온천수가 흘러 내리다 돌기둥 주변에 얼어 붙어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덕구온천이 태어난 곳이 바로 원탕이다. 원탕에서 솟는 온천수가 덕구계곡을 따라 설치된 송수관을 통해 덕구온천 온천장까지 보내진다고 한다. 원탕 옆엔 족욕탕이 있다. 걷느라 지친 발을 담그니 다시 걸어갈 힘이 생긴다. 공용 수건이 걸려 있지만 개인 수건을 챙겨 가면 좋다.


국립해양과학관에서는 ‘해양과학 속 고래와의 만남’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기획전을 찾은 어린이들이 고래를 위한 다짐을 글로 적고 있다. 국립해양과학관에서는 ‘해양과학 속 고래와의 만남’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기획전을 찾은 어린이들이 고래를 위한 다짐을 글로 적고 있다.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전망대에서는 7m 아래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전망대에서는 7m 아래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차를 몰고 망양정 쪽으로 해안길을 내려오다 보면 은빛 물고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양쪽에 설치된 ‘은어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밤에 아름다운 경관 조명으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차를 몰고 망양정 쪽으로 해안길을 내려오다 보면 은빛 물고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양쪽에 설치된 ‘은어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밤에 아름다운 경관 조명으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바닷속 탐험, 하트해변에선 낭만을

아이들과 가족 여행을 한다면 국립해양과학관에 들르면 좋다. 과학관에서는 오는 3월 12일까지 ‘해양과학 속 고래와의 만남’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고래의 종류와 생태, 고래 연구 방법 등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바다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고래야 아프지마! 우리가 이산화탄소 줄일게’…. ‘행복한 바다, 행복한 고래를 위한 다짐’ 화이트보드에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써 놓은 글귀들은 어른들의 이기심을 돌이켜 보게 한다. VR체험관과 3면 영상관 등도 이용할 수 있다. 3층 상설전시관은 당분간 리모델링 중이어서 관람이 안 된다.

과학관 밖에는 파도소리 놀이터가 있다. 다양한 놀이 시설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 바다 쪽으로 연결된 다리(393m)를 걸으면 바닷속전망대에 이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7m 아래 바닷속이다. 유리창엔 바다 달팽이가 붙어 있다. 크고 작은 물고기가 유영하고, 성게들이 호기롭게 다가온다. 유리창은 2주에 한 번 청소한다는 친절한 안내문도 붙어 있다.

과학관에서 해안가를 따라 내려오면 죽변항이 나온다. 죽변항은 후포항과 함께 울진에서 싱싱한 대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죽변항 인근에는 모노레일을 탈 수 있는 죽변해안스카이레일과 울진에서 최초로 건립(1910년 11월)된 죽변등대가 있다. 호젓한 매력이 있는 죽변등대에서 대나무 숲길로 내려가면 해안가 언덕에 집 한 채가 그림처럼 있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다. ‘어부의 집’ 앞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하트해변이 보인다. 하트 모양을 꼭 닮았다.

망양정으로 향했다. 해안가에서 240m만 언덕 위로 걸어 올라가면 된다. 망양정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관동팔경 중 으뜸이어서 조선 숙종은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현판을 하사했다. 가사문학의 대가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망양정의 절경을 노래했다. 망양정에 올라 동해를 굽어본다. 망망대해가 기운차게 뻗어 나간다.

망양정에서 해맞이광장까지 이어지는 바람소리길에서는 팬플룻 모양의 풍경이 바람에 나부끼며 은은한 소리를 낸다. 흐트러진 마음이 고요해진다. 해맞이광장에 오르면 울진대종과 소망나무 전망탑, 어린왕자 조형물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망양정과 해맞이광장은 왕피천케이블카를 타고 해맞이정류장에 내려 둘러봐도 된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 내 '어부의 집' 앞에서 바라보면 하트해변이 보인다. 듣던 대로 하트 모양을 꼭 닮았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 내 '어부의 집' 앞에서 바라보면 하트해변이 보인다. 듣던 대로 하트 모양을 꼭 닮았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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