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느슨한 ‘소형 타워크레인’ 노동자 목숨 계속 노린다
남포동 사망 현장 무인크레인
원격조종 탓 안전사고 취약
대형 비해 운행도 주먹구구식
현장 안전지침 부실 의혹 제기
민주노총 “사용 규칙 손질” 시급
지난 15일 부산 중구 남포동 공사 현장에서 벽돌 더미가 쏟아져 20대 노동자가 숨진 것을 계기로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 관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형 타워크레인 규제가 엄격해지지 않을 경우 노동자 사고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18일 부산 중부경찰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사망 사고가 발생한 남포동 20층짜리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 공사현장에서 사용된 크레인은 소형 타워크레인이었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3t 미만 자재를 들어 올릴 때 사용하며, 조종석이 따로 없고 지상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무인 크레인이다.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직접 운행하는 대형크레인과 달리 리모컨을 갖고 땅에서 조종하는 소형 타워크레인의 경우 시야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격 조종이다 보니 조종석에 앉아 있는 것과 달리 들어 올리는 물건의 부하 등을 인지할 수 없어 위험을 체감하는 반응속도 또한 늦다. 자재를 싣을 때 무게중심이 잘 맞는지, 자재를 위로 계속 올려도 되는지 확인이 빠르게 안 된다는 의미다.
특히 소형 타워크레인은 대형 타워크레인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현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운행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형 타워크레인의 경우 임대업체와 계약하면 장비와 함께 조종사가 오는데, 소형 타워크레인은 통상적으로 시공사와 조종사 간의 계약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조종사가 작업 속도 등을 우선시하는 시공사의 주문을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타워크레인 노동자는 “위험한 상황이더라도 돈을 주는 현장 관계자가 작업을 요구하면 거절할 수가 없어 그냥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귀띔했다.
실제 소형 타워크레인은 안전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건설기계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타워크레인은 총 6169대이고 이 중 소형 타워크레인은 1484대여서 전체의 24%에 불과하지만 안전사고는 대형 타워크레인보다 더 많이 일어난다. 최근 5년간 인명 피해가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총 12건인데 그 중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는 9건(사망 9명, 부상 5명)이어서 대형 타워크레인 3건(사망 2명, 부상 1명)의 3배였다.
이번 남포동 생활 숙박시설 공사장에서도 소형 타워크레인 관련 안전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고 당시 소형 타워크레인은 전용 적재함 대신 나무 받침대로 벽돌을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받침대가 1.3t 정도 되는 벽돌 더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하청업체 소속 20대 노동자가 벽돌에 맞아 숨졌고 행인 2명도 부상을 입었다.
민주노총 부울경 타워크레인 노조 박현찬 지부장은 “사고가 일어난 현장은 공사 규모가 커 노조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대신 대형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라고 권고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교육을 거친 전문 신호수들이 제대로 배치됐는지 등에 조사가 필요하다. 공사 현장에 따라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규칙이 세부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