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사망 사고 ‘사고사’ 가닥… 유족들 “교통약자 배려 조치” 촉구
부산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사고 경위 조사 중
사고 위험성 높은 엘리베이터 위치 놓고 비판 제기
한국철도공사 “안내문구 부착 등 대안 검토할 것”
부산 동해선 교대역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70대 남성이 계단으로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조사 결과 당시 남성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러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승강장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위험한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부산 연제구 동해선 교대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70대 남성 A 씨가 계단으로 떨어져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A 씨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러 가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CCTV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족 등에 따르면 태화강역 방면으로 가는 동해선 열차를 이용할 예정이었던 A 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가족과의 통화 이후 열차를 이용하지 않기로 한 A 씨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 했다. 하지만 A 씨는 승강장 끝 쪽에 마련된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계단으로 떨어져 숨졌다.
유족 측은 A 씨가 사고 직전 가족과의 통화에서 곧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절대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라면서 사고 이후 이어진 추측성 댓글에 마음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유족 B 씨는 “열차를 타려던 아버지는 고기를 사서 집으로 오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인근 마트에 가기 위해 다시 내려가려 했던 것”이라면서 “아버지의 사고를 두고 계단을 이용하려는 무모한 선택이었다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무분별한 추측성 댓글이 이어져 너무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교통 약자의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승강장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동해선 거제역이나 거제 해맞이역의 경우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승강장 가운데 있어 동선을 최소화하지만 교대역의 경우 승강장 양 끝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데다 통로가 좁은 탓에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B 씨는 “승강장 건설 당시 동선을 고려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했지만 설계에 반영되지 않았고, 가파른 계단이 있지만 계단 인근에 추락을 조심하라는 문구조차 없다”면서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다른 장애인들이 또 다시 사고를 겪지 않도록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엘리베이터 위치 등 승강장 구조는 철도역사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안내 문구 부착, 차단봉 설치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계단 앞에 차단봉을 설치할 경우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이 차단봉에 부딪혀 추락 사고의 위험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면서 “교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에도 적용할 수 있을만한 안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