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위 돌아보는 따뜻함으로 고독사 막아야
김용식 부산시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코로나19 이후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고 경기 불황 속에 서민들이 생활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찾아오는 삶의 어려움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고, 특히 가장의 책임을 견디다 못해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100세 시대를 구가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우리 이웃의 아픔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그리고 과연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
평생 일만 하다가 가족과 유대감도 쌓지 못하고, 60대 정년을 맞아 자식은 자기 길로 떠나고 경제적 자유로움이 점차 줄어들면서 건강도 나빠지는 노후는 고독이라는 전차가 빨리 다가온다. 질병과 가난이 여기에 겹쳐지고 이혼이라는 이별의 아픔이나, 의지하는 한쪽이 먼저 별세하는 순간 고독은 물밀 듯이 찾아와 단절된 관계 속에서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서 임종을 맞게 되는 것이 고독사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미 영국에서는 극단적인 고립상태가 증가되는 현상으로 2018년 영국정부는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했다. 영국 고독부는 900만 명 이상이 고독을 느끼고, 600만 명은 자신의 고독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고독은 개인이 해결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만성화된 고독은 건강을 해치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므로, 의료, 경제 등에 부담을 주는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 영국 고독부의 입장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연간 고독사가 3만 건이 넘게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고독·고립장관을 두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은 노인인구가 29%를 넘어서고 초고령사회가 지속되면서 고독사로 삶을 마감하는 이들의 유품 등 불용품정리와 청소를 전담하는 회사 같은 넥스트 사업이 번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에서 고독사 첫 실태조사를 발표하였다. 가족, 친구와 단절된 채 혼자 지내다 세상을 떠나 늦게 발견된 고독사가 2021년 3378건으로, 특히 50~60대 중년층이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60%에 달했다. 2021년 기준 국내 사망자 수가 31만 7680명이며 이 중 고독사가 3378건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1명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론이다. 2017년 고독사가 2412건이란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8.8%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고독사가 2817명으로 여성 529명의 5.3배다.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서 가장 역할에만 충실하던 50~60대 남성이 전통적 가장의 역할인 경제력을 상실하면 쉽게 좌절하고 고립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고독사 통계에서 고독사의 대부분은 가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아예 주민등록이 말소된 무연고자들의 죽음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가족해체 및 1인 가구의 증가, 세계경제 붕괴여파로 인한 경제 불황, 일자리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고독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서울의 세모녀 사건에서 보듯 빚 독촉에 시달린 그들은 경기도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왔지만, 주민등록 이전 기피로 정부의 지원혜택을 받지 못했고 결국 집단 죽음의 길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실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촘촘한 복지를 소리높여 외쳐보지만, 현장의 맞춤형 복지의 시스템 운영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지역공동체 구성원이란 사명감으로 좀 더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행정력에는 한계가 있다. 시민 스스로가 내가 사는 마을 주위에 혼자 쓸쓸히 살아가고 있는 위험군 고독사 대상자를 찾아 위로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아름다운 부산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가는 일에 부산시민의 관심과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