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글 사랑하면서 치열하게 쓰는 작가 되겠습니다”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시 당선자 등 80여 명 참석
이우걸 심사위원 “자기 개성 만들어야”
김진수 대표 “초심으로 문단 별 되길”
“삶과 글을 사랑하면서 치열하게 쓰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19일 오후 4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코로나19를 벗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축하 문인들과 당선자 가족과 지인들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단편소설 당선자 이예린(29·경기도) 씨는 “습작 기간에 글이 너무 안 써져 울고 싶은 날도 많았으나 소설 쓰기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에게 소설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하셨던 작가들처럼 저도 그런 바람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다”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는 말과 글을 쓰겠다”고 밝혔다.
시 당선자 이상록(65·부산) 씨는 “올해 모든 신문의 신춘문예 당선자들 중 제가 제일 고령이더라”며 “낙동강 하구 끝물이 보이는 곳에서 살고 있는데 이 ‘끝물의 나이’에 전혀 생각지 못한 신춘이 왔구나 하면서 요즘 계속 설레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구수한 시래기 국처럼 먹어보니 맛있네, 하는 ‘묵은 맛이 우러나는 시’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말했다.
시조 당선자 김원화(57·경북) 씨는 “2014년 저의 화양연화 같은 시절에 왕성하게 활동하던 남편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그 2년 뒤 돌아가셨다”며 “그 시련 속에서 발견한 것이 시조였다”고 했다. 그는 “이런 자리에 서서, 살다보면 시련도 꽃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한다”며 “이제는 울지 않고 단단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시조를 쓰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아동문학(동시) 당선자 연지민(59·충북) 씨는 “해마다 신춘문예 계절이 오면 설렜으며, 저를 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신춘문예 도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지나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더 큰 기회를 주셔서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문우들끼리 ‘책상 앞에서 글을 쓰다가 죽자’는 말을 하는데 그런 다짐으로 열심히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평론(영화평론) 당선자 조현준(42·경기도) 씨는 “영화든 글이든 모든 작품에는 결국 삶과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며 “분석하고 해체 해석하는 글이 아니라, 읽는 이들이 마음으로 뭔가를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겠다”는 말했다. 그는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 쓰고 또 쓰겠다”라는 포부를 피력했다.
이날 시상식에 갑작스러운 발목 부상으로 참석하지 못한 시나리오·희곡 부문(희곡) 당선자 주은길(29·서울) 씨는 “평범한 삶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글을 쓰고 싶다”며 “글 속에 세상과 삶을 벼리는 칼을 품고서, 선명한 흉터를 남길 수 있는 글을 쓰겠다”는 수상 소감을 보냈다.
격려와 당부의 말에 이우걸 시조시인이 2023 부산일보 신춘문예 6개 부문 12명의 심사위원을 대표해서 나섰다. 그는 “이리저리 한눈 팔지 말고 자기 장르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확실히 하면서 옹골차게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자기 격조를 지키면서 글을 써야 한다, 신춘문예 도전할 때와 같은 자세로 늘 치열하게 글을 써야 한다, ‘자기 개성’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축사에 나선 김진수 부산일보 대표이사는 “힘들 때마다 문인으로서 첫 출발점에 섰던 오늘 이 자리를 늘 기억해달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정진한다면 한국 문단의 빛나는 별이 되리라고 단언한다”고 당선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우걸·황국명·성선경·구옥순·박향·나여경·이정임·이병순 심사위원과, 조갑상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석래 부산문인협회장, 김수우 부산작가회의 회장, 정인 부산소설가협회장, 김미순 부산시인협회 이사장, 박선미 부산아동문학인협회장, 김문홍·박명호·허택·장세진·임회숙·임성용 소설가, 신정민·배재경·고명자·이영옥·이민아 시인 등이 참석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