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공설 화장장 건립 추진… ‘원정 장례’ 불편 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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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이동·경제적 부담 많아
설치 타당성 조사 결과 3월 나와
천곡리·지석리·산촌리 3곳 압축
혐오시설 거부감 여전 진통 예상

경남 거제시가 공설 화장장 건립을 본격화한다. 최근 장묘 문화 변화로 화장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원정 장례에 따른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화장료 인상에 따른 시민 부담도 커져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필수시설이라는 공감대만큼이나 혐오시설이라는 거부감도 여전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거제시는 ‘장사시설 수급 중장기 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핵심은 공설 화장장 설치 타당성 조사다. 오는 3월 최종 결과가 나온다.

시에 따르면 과거 60% 남짓이던 지역민 화장률이 최근 80%에 육박했다. 지난해도 거제지역 전체 사망자 1273명 중 1002명이 매장 대신 화장을 택했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화장률이 94%(1635명 중 1544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작 화장시설이 없다. 경남 18개 시·군 중 화장장이 있는 지자체는 창원(2곳), 김해, 진주, 통영, 사천, 밀양, 고성, 남해, 함안 등 9곳뿐이다. 거제시민은 원정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작년엔 667명(67%)이 통영시추모공원을 찾았다. 나머지는 고성(83명, 8%), 진주·사천(88, 9%), 창원 등 기타(164명, 17%) 지역 화장장을 이용했다.



원정이라도 제때 이용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관내 주민에게 예약 우선권을 주는 탓에 관외 유족은 출상일을 맞추지 못해 발을 구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화장 수요가 폭증하면서 화장장이 없어 장례 기간을 연장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비용도 부담이다. 관외 이용자는 관내 주민에 비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을 내야 한다. 게다가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영 화장장은 지난해 새 화장장을 만들면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관외 거주자는 45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통영시민은 10만 원이다.

2014년 통영시가 ‘화장장 현대화사업’을 준비할 당시 거제시가 사업비 일부를 부담해 거제시민도 할인 혜택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분담금 규모를 놓고 설왕설래하다 무산됐다. 거제시는 화장료 인상에 맞춰 지원 조례를 개정해 사망자 1인당 보조금을 최대 2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통영 화장장 이용시 거제시민은 최소 85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장외버스 관외 운행 비용(55만 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최근 확정된 보건복지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및 종합계획’에 집중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화장시설(화장로) 52기를 증설한다. 시는 국비 60억 원을 포함해 총 200억 원을 들여 화장로 3기를 갖춘 공설 화장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관건은 입지 결정과 인접지 주민의 반대 민원 극복이다. 거제시는 그동안 몇 차례 화장장 건립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 최근 용역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1%가 공설화장시설 건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한 거제시는 민관 협의기구를 꾸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일단, 후보지는 3곳으로 좁혔다. △충해공원묘지가 있는 연초면 천곡리 일원 △사등면 지석리 장좌마을 거제추모의집 인근 △동부면 산촌리 시유지다. 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올해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입지 공모를 진행한다. 이어 내년에 입지 선정, 국비 신청, 조례 제정을 거쳐 2025년 착공할 계획이다. 준공·운영은 2026년 이후로 잡았다.

거제시 관계자는 “화장장 건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경쟁에 의한 후보지 공개 모집과 부지 선정, 타당성 조사 등 최종 결정까지 지역 주민의 동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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