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 공작 부서 인사와 접촉”
국정원, 민주노총 조직국장 등 4명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의심
민주노총 “입 막으려는 색깔 공세”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이 민주노총 본부, 보건의료산업노조 등의 간부급 인사들에게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잡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사건 실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의 압수수색이 최초는 아니지만 국가보안법 혐의로는 처음이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해외에서 북측 공작원에게 포섭돼 공작금을 받아 국내에서 지하조직을 구축하는 데 사용했는지를 추적 중이다.
19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를 두는 민주노총 관련 인사는 현재까지 4명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조직국장 A 씨는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인사와 접촉했다고 국정원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산업노조 조직실장 B 씨, 금속노조 출신으로 제주도 평화쉼터 운영위원장 C 씨는 2017년 9월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와 B 씨는 프놈펜의 같은 호텔에서 며칠 간격으로 각각 북측을 만난 것으로 국정원은 의심한다.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을 지낸 기아 광주공장 소속 D 씨는 2019년 8월 A 씨와 하노이에 동행해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A 씨가 민주노총 본부의 간부급이고 나머지 3명은 산하 조직에 속했던 만큼 이들이 북측에 포섭돼 민주노총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여 북측 지령대로 노조의 정책과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공안당국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제주 지역 진보 인사들이 조직했다는 ‘ㅎㄱㅎ’이나 전국적으로 조직된 것으로 의심받는 ‘자주통일 민중전위’와는 다른 사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압수수색을 ‘한 편의 쇼’로 규정하며 7월 총파업 투쟁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수십 년간 쌓아 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서 철저히 유린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국가보안법은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할 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능과 무책임으로 망가진 외교와 민생, 여당의 자중지란을 덮기 위한 것”이라며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원과 경찰청은 지난 18일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 민주노총 관계자 2명의 자택 등 4곳에 수사관을 보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본부 국장급 간부 A 씨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지난 16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로 몸싸움이 벌어졌고 영장 집행이 3시간 정도 지연되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