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인호’ 조직 안정 다진 뒤 ‘디지털 금융’ 드라이브 예고
BNK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미래 대비 차별화 전략에 방점
핀테크 인턴 육성 등 경험 살려
계열사 디지털 바람 속도 낼 듯
지역사회 주목 차기 부산은행장
명형국·김성주 등 ‘5파전’ 전망
빈대인 BNK금융지주 신임 회장 내정자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는 ‘변화’다. 부산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시간을 쪼개 디지털 금융과 관련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등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선배로 후배 행원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빈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공식 취임하면 BNK금융그룹 전체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BNK, 디지털화 속도전
빈 내정자는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금융권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대표적으로 지방은행에선 처음으로 출시한 모바일 전문은행 썸뱅크를 추진하면서다. 특히 BNK부산은행이 지방 경쟁 은행인 대구은행보다 모바일 서비스 출시가 늦는 등 디지털 금융 분야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래채널본부장을 맡아 관련 사업을 2년 만에 정상 궤도에 올리며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에 특화된 인턴을 뽑아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빈 내정자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이에 빈 내정자 취임 이후 BNK금융그룹의 계열사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본격적인 디지털 금융에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겠느냐”며 “지역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과 동시에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동북아 최고의 특화 금융중심지를 노리고 각종 디지털 관련 금융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와 맞물려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BNK금융 임추위 과정에서도 빈 내정자는 미래에 대비해 차별화된 디지털 전략으로 그룹을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내정자는 임추위 심사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디지털 금융과 글로벌 금융에서 경영 능력을 발휘한 경험으로 BNK금융의 발전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취임 초반 무리한 드라이브보다는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빈 내정자는 19일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된 직후 진행된 부산 지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금융 환경과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빨리 BNK 상황을 점검해서 조직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추스르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부산은행장은 누구?
BNK금융지주 회장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빈대인 체제’ 첫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9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안감찬 부산은행장, 최홍영 경남은행장, 이두호 캐피탈 대표, 김병영 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자산운용 대표 등 5명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명형국 저축은행 대표, 김상윤 벤처투자 대표, 김성주 신용정보 대표, 김영문 시스템 대표 등 4명은 내년까지 임기를 남겨 두고 있지만 새 회장 체제가 들어서는 만큼 일부가 자진 퇴임할 가능성이 있다. 또 지난달 22일 정기 인사에서 차기 회장 인사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임기가 석 달 연장된 임원 자리도 새롭게 채워질 전망이다.
특히 이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 차기 수장 자리에 지역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은행 규정상 부산은행장을 포함한 9개 계열사 대표와 성경식 금융지주 부사장, 강상길 부산은행 부행장 등이 부산은행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만 부산은행 출신이 아닌 최홍영 행장, 김병영 대표, 김상윤 대표, 이윤학 대표와 이번 회장 레이스에서 맞붙었던 안감찬 행장, 이두호 대표 등은 은행장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결국 명형국 대표, 김성주 대표, 김영문 대표, 성경식 부사장, 강상길 부행장의 ‘5파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는 BNK금융그룹이 회장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하자는 취지에서 각 계열사의 별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대표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임 회장 취임 직후 진행되는 만큼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빈 내정자는 이날 “고민해야 되겠지만 우선 급격한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