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스토리 더한 클래식 음악회, 귀에 쏙쏙 꽂히네
콘서트 전문 해설자 무대 서고
피아니스트 토크 콘서트까지
관객과 소통하는 음악 무대 늘어
해설이 있는 클래식 ‘원조’ 격
금난새 출연 GMC 공연 등 눈길
클래식 음악회에서 ‘해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은 아니다. 단순 연주곡 설명에서부터 음악가들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보태기도 하고, 별도의 주제를 정해 음악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지휘자가 마이크를 잡는가 하면 전문 사회자나 해설자를 내세우기도 한다. 아직도 클래식은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누구나 친근하게 클래식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한편으론 연주자가 연주만 하고 끝나는 방식은 더 이상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 토크 콘서트, 렉처 콘서트 등 이름과 형식은 달라도 쉽게 풀어 주는 클래식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청중 외에도 미래의 관객이 될 수 있는 클래식 입문자나 청소년이 들어도 좋을 법하다.
■영도·해운대 구립 문화회관 기획 음악회
영도문화예술회관과 해운대문화회관은 부산대 음대와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전문 해설자 김성민 씨를 내세웠다. ‘콘서트 가이드 김성민과 떠나는 유럽예술여행’은 26일 오후 7시 30분 영도문화예술회관 봉래홀에서, ‘김성민의 오페라떼 콘서트-북부 이탈리아 편(밀라노·베네치아)’은 27일 오후 7시 30분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각각 마련된다. 부산의 젊은 성악가들이 나와 주제에 어울리는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을 부른다. 전석 1만 원.
특히 김성민의 오페라떼(Opera와 Arte를 합성한 ‘오페라떼’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융합한 공연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콘서트는 제법 두터운 마니아 관객을 보유한 해운대문화회관만의 콘텐츠다. 지난해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4명의 화가를 주제로 진행했고, 올해는 유럽 여행이 주제다. 음악과 함께하는 도시 역사 기행인 셈이다.
■ 책과 음악이 있는 토크 콘서트
‘이야기가 있는 피아니스트 정소윤 토크 콘서트’는 28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번 음악회 주제는 톨스토이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정했다. 독주자, 실내악 주자, 교육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정소윤이 풀어가는 인문학적인 음악회가 꽤 흥미롭다. 정 피아니스트는 서울대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클리블랜드 콘서바토리, 인디애나 음악대학 최고연주자 학위를 취득한 후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주 프로그램은 여행을 떠나다(바흐 ‘사랑하는 형과의 작별에 부치는 카프리치오’)-폭풍을 만나다(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인생의 성공와 실패, 그리고 깨달음(리스트 ‘페트라르카 시에 의한 소네트’ 외)-다시, 천국으로(부조니 편곡 바흐 파르티타 2번 샤콘느)로 구성된다. R석 7만 7000원, S석 5만 5000원, A석 3만 3000원.
■서희태·금난새 지휘자 구수한 입담 진행
KNN방송교향악단이 겨울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음악회로 준비한 ‘내 생에 잊지 못할 클래식’은 31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다. KNN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서희태가 처음 음악을 접했을 때 감명 깊게 들었던 다양한 장르의 명곡들을 그의 음악 인생 스토리와 함께 들려준다. KNN방송교향악단 외에 음악 영재 바이올리니스트 박원민, 바리톤 안세범이 출연한다.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자리한 ‘금난새 뮤직센터(GMC)’ 음악감독 금난새 지휘자는 매달 한두 차례 ‘GMC 체임버 시리즈’ 음악회를 열면서 진행까지 도맡았다. 금난새 지휘자야말로 해설이 있는 클래식을 앞장서 진행해 온 대표적인 음악인이다. 지난 14일 2023년 GMC 개막 공연에 이어 오는 2월 4일 올해 두 번째 음악회(피아노 김여준·피아노반주 우미혜)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30일 오픈 예정의 네이버 예약으로 전석 무료 초대.
■부산시향 ‘심포니야’ ‘미완성음악회’도 주목
부산시향이 교향곡 한 곡만을 해설과 함께 연주하는 ‘심포니야(夜)’나 리허설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미완성 음악회’도 클래식 음악을 친근하게 즐기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주목할 만하다. 최수열 예술감독 부임 이후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대략 정기연주회 전날 배치된다. 지난 18일 올해 첫 심포니야가 열렸고, 다음 심포니야와 미완성 음악회는 제598회 연주회(3월 23일) 전전날과 전날 예정돼 있다. 심포니야가 1층 객석만 개방하는 반면, 미완성 음악회는 객석 2층만 개방하는 차이점도 있다. 2023년 심포니야 해설자는 음악칼럼니스트 이준형으로 정해졌다. 이준형은 가톨릭평화방송 FM ‘이준형의 비욘드 클래식’ 진행을 맡고 있다.
한편 오는 2월 2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마련할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특별연주회 ‘2023 신년 음악회’에서도 사회자 백규진을 만날 수 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이기도 한 백규진은 2015년 부산 출신으로는 최초로 제34회 대한민국작곡상(관현악 부문)을 수상했다. 이날 국악관현악단은 북한 음악인 김용실 작곡의 거문고 4중주 ‘출강’, 대금 독주곡 ‘소나무’(대금 손한별, 건반 김보은), 아리랑과 밀양아리랑 가락을 18현과 25현 가야금 2중주로 변주한 ‘아리랑 변주곡’, 국악의 새로운 실험 ‘무화’(작곡 이정호), ‘Fly to the Sky’ ‘범 내려온다’(노래 박성희) 등 국악 실내악, 영남 성주굿 등을 들려준다. 전석 1만 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