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회 56년 사상 부울경서 첫 회장… 지역 목소리 담을 것”
이상호 신임 한국수자원학회장
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물 박사’
이상기후 도시 침수 대응 방안 연구
지자체 ‘침수 예상도’ 제작 지원 추진
“학회 56년 역사상 부울경 지역에서 학회장을 맡은 건 처음입니다. 지역의 목소리도 잘 담아낼 수 있도록 한국수자원학회를 이끌어가겠습니다.”
부경대학교 토목공학과 이상호 교수가 이달 1일 한국수자원학회 제2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수자원학회는 1967년 창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 깊은 물 관련 학회다. 정부나 공공단체가 의뢰하는 물 관련 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등 물과 관련한 모든 학문 분야의 연구·교육을 도맡고 있다.
그동안 한국수자원학회장은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서 배출됐다. 수도권 지역의 표가 많다 보니, 지역에서는 출마하더라도 표를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가 따랐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전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이름을 알렸다.
부울경 출신의 학회장이 나오면서 부산의 물 관련 이슈도 자연스레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한국수자원학회에서 발간하는 책자나 세미나 포럼 등에서 부울경 지역의 일을 주제로 삼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부울경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물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기후위기’다. 이 교수의 관심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우, 가뭄 등의 이상기후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 기온이 오르면서 많은 양의 바닷물이 증발하는데, 이 물이 다시 육지나 바다로 떨어지는 물순환이 더욱 빨라지고 그 강도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서울이 침수됐을 때 시간당 141mm의 비가 내렸다. 도시의 배수 능력은 기껏해야 70~90mm 정도인데, 이 정도로 비가 오면 하수도 넘치고 빗물이 도로를 따라 흘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국 어디에서든 이같은 도시 침수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부산도 2020년 동천이 범람했고 동구 초량동 지하차도가 침수해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났다”면서 “부산도 배수 역량을 늘리고 폭우시 침수 피해를 줄이는 저영향개발시설을 도시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자원과 수재해 분야의 전문가로서 학회장 재임 기간 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해 좋은 제도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부산과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에 ‘침수 예상도’가 없는 만큼, 지자체들이 침수 예상 지역에 대해 확인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또 홍수통제소의 평상시 가용 수량을 파악하고, 가뭄 시 물 부족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용수 계통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수자원의 이용과 저수지를 통한 홍수피해 절감, 도시침수의 분석과 대응, 하천의 수질 모의 등 물순환 과정의 다양한 주제에 걸쳐 연구해왔다”면서 “수환경 과학과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통합 물관리를 이뤄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