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인사’ 현수막 논쟁 헛심만 쓰는 거제 정치권
육교에 설 인사 건 서일준 의원
민주 “불법적 개인 홍보” 논평
서 “법 개정, 합법적 행위” 해명
“민생보다 정쟁 골몰” 민심 싸늘
설을 맞아 경남 거제시 육교에 내걸린 지역구 국회의원 명절 인사 현수막(부산닷컴 1월 20일 보도)을 놓고 연휴 내내 여야 간 설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명백한 불법’이라며 공세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명백한 합법’이라고 맞받았다. 따뜻한 덕담을 나눠야 할 새해, 민심과 동떨어진 정쟁을 두고 볼썽사납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최근 거제시 육교 7곳 중 4곳에 설 명절 인사 현수막을 걸었다. 가로 30m, 세로 1m 크기로 ‘늘 내 곁에 있는 국회의원 서일준. 2023년 계묘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족과 함께 뜻깊은 설 명절 보내세요’라는 내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지난 20일 논평을 내고 '서 의원이 공익 홍보에 사용돼야 할 육교를 불법적으로 개인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5장 제24조는 ‘육교’를 ‘다리·축대·육교·터널·고가도로 및 삭도’와 함께 광고물 등의 표시가 금지되는 지역, 장소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학교행사나 종교의식, 교통 안내, 선거 안내, 정당 정책 등 공익적 내용의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정당 현수막은 정당 명칭과 연락처 그리고 설치업체 연락처와 표시 기간(15일 이내)까지 기재해야 한다.
그런데 서 의원 현수막은 공익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법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민주당 거제지역위는 “일반 시민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일이자 법 위반이다. 일반 시민이면 벌써 처분받았을 사안”이라며 “국회의원이라고 일반 시민과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특권을 누려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서 의원 개인 홍보 현수막으로 인해 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중요 공공 민생 정보가 사라졌다”면서 “시민의 알권리를 빼앗을 만큼 본인 홍보가 더 우선되고 중요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 측은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서 의원 사무소는 지난 21일 “법률 개정으로 정치인 명절 인사 현수막도 육교에 게시할 수 있게 됐다”면서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논평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11일 시행된 개정 옥외광고물법 제8조(적용배제)에 8번째 항이 신설됐다. 8항은 ‘정당이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서 의원 측은 “육교는 배제 대상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집권했던 민선 7기 사례에 비춰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서 의원 측은 “변광용 전 시장도 재임 시절 관내 육교 5~6곳에 현수막을 걸었다. 오히려 그때는 불법이었고, 지금은 합법이 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서일준 의원이 법을 어긴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여론조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민생보다는 지엽적인 공방에 열을 올리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명절을 비롯해 정치적 이슈가 있을때면 불법·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 현수막이 온 동네를 도배한다. 태반이 여론몰이 선전용”이라며 “여야 모두 상대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