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미 총기 규제 실패,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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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이 숨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의 총기난사 현장에서 24일(현지시간) 촛불 추모집회가 열렸다. 한 추모객이 ‘문제는 총이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11명이 숨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의 총기난사 현장에서 24일(현지시간) 촛불 추모집회가 열렸다. 한 추모객이 ‘문제는 총이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연초부터 총기난사 참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규제 강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잇따른 비극에 이번에도 집권당인 민주당이 먼저 경종을 울리고 나섰다. 그러나 총기규제에 대한 여야의 극단적 이견 때문에 이번에도 주목할 만한 진전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이 지배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캘리포니아로 급파하며 총기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다이앤 페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발의한 돌격소총 금지 복원안을 언급하며 “빨리 서명하도록 가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돌격소총은 많은 총탄을 빨리 발사할 수 있는 반자동 소총으로 대용량 탄창과 함께 대형 총기난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흉물이다. 미국은 전쟁터에서나 쓸 법한 이 무기를 민간용으로 만들지 못하게 하는 법을 1993년 제정해 1994년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이 법은 총기업계의 끈질긴 로비와 보수진영의 지속적 반대 속에 일몰 규정에 따라 2004년 폐지됐다.

미국 보수진영의 견해를 대변하는 공화당은 이번에도 애써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공화당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미국 보수진영은 수정헌법 2조 등을 들어 개인의 총기 보유가 타협하지 못할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개인이 각각 총기를 소지하면 총기범죄 억지력이 생겨 치안이 보장된다고 주장하는 인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으로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팽배해 있다. 미국 의회에서 민주, 공화 양당의 의석 분포를 보면 그런 현실이 단적으로 나타난다. 상원은 민주당이 51석, 공화당이 49석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지난 회기에 텍사스 유밸디에서 터진 초등학교 총기참사 뒤 거의 30년 만에 총기규제 입법에 성공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거센 반발에 돌격소총과 대용량 탄창 금지 등은 법안에서 빠졌다.

총기규제가 느슨하게 유지되는 사이에 총기난사 참변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파크에서는 아시아계 72세 노인이 댄스교습장에 반자동 권총을 난사해 11명이 숨졌다. 캘리포니아주 해프문베이에서도 23일 중국계 60대 노동자가 농장을 돌며 반자동 권총으로 7명을 살해했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는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상자 4명 이상)를 24일 현재 40건으로 집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올해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총기난사로 70명이 죽고 167명이 다쳤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역의 연간 총기난사는 2010년대 말까지 200∼400여 건에 그쳤으나 2020년대부터 600건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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