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로 쓴 현대미술사, 현대미술 잡지 ‘ㄷ떨’ 창간
부산 출신 김도희 작가 등 참여
1970년대 '화랑' 판형 본떠
세로쓰기, 손맛 나는 삽화 등
부산 전시 정보도 같이 실려
미술 작가와 기획자 등이 모여 현대미술 잡지를 만들었다. 2023년 1월 창간호가 나왔는데 판형이 ‘세로쓰기’다.
잡지 <ㄷ떨>의 편집장 김도희(오픈블랭크 대표) 작가는 “1973년 창간한 계간 <화랑> 창간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부산 영도 출신으로 2022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손바닥만 한 귀여운 크기, 한자가 듬뿍 병기된 세로쓰기, 흑백 사진과 손맛 나는 삽화 등 1970년대 잡지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한국 현대미술사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 작가는 <화랑> 전권, <계간미술>(1976년 창간)과 <선미술>(1979년 창간)일부를 수집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했는데 미술사 연구를 하는 스터디가 없더라고요. 수집한 잡지의 콘텐츠를 혼자 보기 아까워 스터디 모임을 조직했어요.” 작가는 2022년 2월 공부 모임 ‘화랑 강독’을 결성했다.
권위가 있는 유명인의 글을 인용하거나 미술 유행 키워드를 내세우지 않고, 대중에게 낯선 미술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친근한 소재를 일상어로 풀어쓴 글. 김 작가는 70년대 잡지에서 ‘예술가의 개체성을 형성하는 ‘정서’가 남아있음을 발견했다. 김 작가는 바로 그 정서를 통해 작가들이 타자와 연결된다고 했다.
<ㄷ떨>은 ‘시대싸롱’ ‘작가 탐구’ ‘내가 좋아하는 소재’ ‘푸로필’ ‘나의 작가 노우트’ 등으로 구성된다. 또 미술품 컬렉터가 직접 쓰는 ‘내가 사랑하는 작품’, 근대미술연구자·게임 비평가 등이 참여한 ‘나의 연구 노우트’, 미술 현장을 소재로 한 ‘꽁트’도 실려 있다.
창간호 ‘작가 탐구’에는 현재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 황규태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주목할 전시를 소개하는 소식통에는 공간힘, 오픈스페이스배 등 부산 지역 비영리 공간의 전시 정보도 같이 소개된다. 김 작가는 “생각보다 잡지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잡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책방에도 입고됐고, 2월 10일에는 북토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